미친 실행력
성공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의 스케일이 다르다. 더 장기적이고 더 폭넓게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결핍감을 느끼면 생각이 편협해지고 지능도 낮아진다고 한다. 여유가 있어서 생각이 큰지, 생각이 커서 여유가 생긴건지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을 크게 갖는 것이다. 필 나이트는 생각이 컸다. 자신의 이런 생각을 미친 생각 crazy idea 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그의 미친 실행력이었다. 대학(원)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많은 청년들이 갖는 생각이지만 나이트는 일단 뭐라도 했다. 그 뭐라도가 세계여행하며 일본 수출업체 공장을 방문한 것이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일본으로 가서 존재하지도않는 자신의 회사 ‘블루리본’을 소개하며 일본 운동화 타이거를 수입하기로 계약했다. 1960년대 후반 당시 미국 오리건 주 대부분의 사람이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해외여행, 나아가 일본 운동화 수입 기업가가 될 것이고, 일단 일본 공장으로 가보는 그의 실행력이 대단해보였다.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해야 한다. 실패가 두려워서 행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각오해서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우고, 빨리 성장해서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운동화 사업은 헛짓거리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을 믿고, 직원도 채용하고, 전설적인 국가 대표 육상 코치를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매년 매출을 2배씩 성장시킨다.
전쟁 전략
나이트의 미친 실행력에는 전쟁 전략같은 경영 전략이 뒷받침됐다. 자신을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철저한 준비성이 더 눈에 띈다. 그는 책 곳곳에 미국 남북전쟁, 세계 대전 장군들과 그들의 인용문을 소개한다. 그들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과묵하지만 대범한 태도도 비슷해졌다. 사업 초기부터 대범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 있었다. 수입 운동화 판매 사업이 매출은 2배로 늘지만 이윤이 나지 않자 자신의 전공인 회계학을 기반으로 회계사로 취직한다. 회계 실무를 보면서 왜 어떤 기업은 흥하고 망하는지 배우는데 관건은 현금자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입이 안정적이 되자 나이트는 퇴사한다. 하지만 다시 불안정해지자 회계학 교수로 다시 취직한다. 첫 눈에 반한 학생이 결국 그의 아내가 되고 나이트는 다시 사업에 올인한다. 일본 공급업체 오니츠카 타이거는 배송이 늦고, 주문도 틀리고, 나이트의 매출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낸다. 나이트는 오니츠카가 다른 미국 수입업체를 찾는다는 문서를 훔쳐보고 자신도 타이거를 대체할만한 공급업체/수출업체를 구하면서 이름도 나이키로 바꿨다. 큰 그림은 끈질기게 추구하되 작은 그림은 변경하는 분별력이 있었다. 타이거는 나이키를 소송하지만 결국 나이키가 승소하고, 나이키는 한국, 대만 등으로 생산업체를 바꾸고 급기야 중국에까지 해외 스포츠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진출한다.
인재 경영
신입사원이었을 때 책으로부터든 상사로부터든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주인의식이었다. 내가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한만큼 보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기여한만큼 승진이 확실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열심히, 열정적으로, 책임감 갖고 일하라는 말은 설득력이 낮았다. 게다가 동료의식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하는 회식이나 운동회, 소풍은 효과나 효율이 낮아보였다. 선을 넘어 사생활을 묻는 상사나 동료의 질문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불쾌했었다. 나를 가족이나 친구로 생각하는건지 그렇게 챙겨주는 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이트는 나와 달랐다. 회사 설립자이자 주주를 51% 갖고 있는 대주주라서 그런지 파트너, 직원을 모두 가족처럼 챙겼다. 특히 회사명이 블루리본에서 나이키로 바뀌고, 나이키가 기존 업계 선두를 달리던 아디다스를 따라잡으면서 후원하는 운동선수들도 가족처럼 챙겼다. 상대방을 가족처럼 챙기면 돌아오는 것 역시 가족처럼 챙김받는 것이다. 관계가 비즈니스인지 친구인지, 가족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자서전에는 자기 자랑이 많지만 이 책은 주변 인물 소개가 많다. 특히 바우어만 코치는 대학선수 육상 코치였다가 올림픽 국가 대표 코치가 되는데 그는 운동화는 물론 폴리우레탄 트랙을 발명하는 등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나이키의 혁혁한 공을 세운다. 첫직원 존슨 역시 자신의 성과와 경영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편지로 보내는데 요즘 그렇게 열정적인 직원은 찾기 힘들 듯하다. 변호사 스트라세 역시 단순히 돈이 아니라 회사와 제품을 정말 사랑하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데 그런 충성심과 애사심이 돋보였다. 나이키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부터 열혈팬이 되는 사랑받는 기업이었다.
불확실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과 미래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무조건 믿고 전쟁하듯 전략을 세운다. 가족같은 좋은 사람을 영입하고 키운다. 그러면 나이키의 상징, 승리의 여신이 여러분에게도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