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by 카멜레온

여러분은 아버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생각해보면 나는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는 듯하다. ‘아버지가 말해준 적이 거의 없어’라고 변명하기에 아버지에게 질문한 적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작가의 아버지인 수다쟁이와 정반대 성격을 가지신 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내실리도 없다. 아버지의 삶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알고 싶지 않다. 그런 게으른 노력은 아버지를 알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알기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아버지를 이름 석자의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 ‘아버지’라는 신화를 믿고 그 깨지지 않는 신화로 간직하고 싶은 게 아닐까.


책 서문에 ‘어머니를 위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For my mother in memory of my father’라는 헌사가 눈에 띄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아버지를 위한 책이 아니다. 자신과 어머니의 삶에 부재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이야기로 남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란 누구이며 아버지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책 제목처럼 아버지를 대어(큰 물고기)로 보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아버지란 누구이며 아버지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아들인 작가는 아버지에게 책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요구하는 게 있다. 바로 사실을 말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 에드워드는 절대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항상 뻥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허풍을 들으며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추측한다.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아버지는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고, 동네 사람들의 얼굴, 이름, 나이, 생일까지 다 알고,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며, 모험을 좋아해 동네 사람들이 붙잡아도 동네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갔고, 한 노인의 눈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보았고, 아내를 만나고, 부자가 되어 한 동네 전체를 구매했고, 동네 끄트머리 늪에 있는 제니 힐이라는 여성과의 비밀스러운 연애담도 있다. 아버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겠지만 어머니가 있는데 아버지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 궁금할 수는 있지만 알기 싫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또한 아버지는 평생 대어(큰 물고기)가 되고 싶어했으며, 대어로 일생을 끝내며 책도 끝난다. 이 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독자로서 아버지 에드워드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한 편으로 보면 이 책은 한 아버지가 이야기를 통해 아들을 온통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같다. 아버지는 미국 앨라배마 주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나 일본에 가서 머리 두 개 달린 게이샤를 만난 이야기도 아들에게 들려준다. 가끔은 아버지의 이런 거짓말이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무미건조한 현실에서 행복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들에게 상상력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한 방법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서는 비판도 하고 싶다. 이 아버지는 아들과 아내의 인생에 거의 부재했다. 집에, 아들과 아내 인생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이런 모험담조차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왜 너와 함께 있지 못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했다는, 보통 바쁘고 부자가 된 아버지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변명으로 들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치관을 전해주고 싶었다. 나의 아버지는 중요한 가치관을 유명한 사람의 명언을 통해 직접적으로, 짧고, 굵게 전해주는 반면 작가의 아버지는 방식이 달랐다. 에드워드는 끈기, 야망, 상상력 등 가치관을 과장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아버지를 대어(큰 물고기)로 보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아버지는 작은 촌동네에서 벗어나 큰 물에서 노는 큰 물고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아들이 아버지를 물가로 데려가고, 아버지가 대어처럼 강가로 헤엄쳐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이 드디어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구나 라고 해석했다. 이 책에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제말 사실을 말해주세요! 거짓말 좀 그만 하고 어떻게 사셨는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려주세요! 그런데 가끔은 사실을 너머 진실 혹은 상대방의 진심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충격적이었던 문구는 “내가 아비 노릇을 잘 한 것 같니? Do you think I did a good job?”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되묻는 장면이다. 나는 항상 내가 부모님께 좋은 자식일까 고민해왔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한테 “내가 너한테 좋은 아빠였니?”라는 마음의 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세상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스스로 좋은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싶을 것이고 또 그렇게 기억남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좋은 아들, 딸이라는 것을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똑같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당신이 좋은 아버지, 어머니라고 자녀로부터 확인받고 기억남고 싶을 것이다. 우리 모두 사랑 받고 싶다. 우리 모두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좋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기억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방이 대어로 기억받고 싶다면 대어로 기억하는 게 상대방을 사랑하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 아닐까. 아버지랑 더 대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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