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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Oct 13. 2023

키즈카페, 저만 불편한가요

아이들이 "엄마, 키즈카페 가자" 할 때면 머리가 지끈 거린다.

창문도 없이 막힌 곳, 시끄러운 음악, 아이들의 소리까지 합쳐진 그 공간에 있다 오면 정말이지 녹초가 된다. 영혼까지 갉아 먹히는 것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부모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어쩌면 편한 장소일지 모른다.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음료수, 과자, 간식거리들. 부모도 기다리면서 커피 한잔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리 뛰어놀아도 아이들의 옷은 모래 한 톨 안 묻고 깨끗하다. 아이들이 지쳐 짜증을 내더라도 액상과당 듬뿍 들어간 키즈음료 한 병 마시면 언제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 또 놀러간다. 어느것 하나에 아이들이 집중할 새도 없이 만드는 놀이 기구들을 하나씩 해 보다가 액상과당으로도 해결이 안될때까지 지쳐 놀다 집에 오는길 차에서 넋놓고 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건 아닌데...."


게다가 키즈카페를 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현란한 대형 쇼핑몰을 아이들이 그냥 지나쳐 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 액세서리들은 집에 오면 당연히 예쁜 쓰레기가 된다. 소비를 부추기는 환경들, 자연스럽지 않은데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공간. 이런 곳만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최대한 안 그러려고 하지만) 이게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안 그래도 치솟고 있는 ADHD 수치가 이렇게 어느샌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자리 잡힌 대형 쇼핑몰, 백화점, 키즈카페와 전혀 상관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영상을 보는 것만큼 자극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경험하는 공간은 키즈카페, 쇼핑몰만큼 자극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책에서 더 이상 흥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영상만큼 재미있지도 않고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공간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공원, 숲, 산, 계곡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감각들이 무뎌 질수 있을 것 같다. "공원갈까?"하고 물으면 곧바로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땅을 밟으며 자연을 느끼며 살고 싶은 나는 어느샌가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그런데 어쩌겠나. 아파트 콘크리트만 밟고 자란 나도 이렇게 온몸과 신경이 그런 곳을 거부한다. 창문도 없는 키즈카페에 나의 의지도 없이 몇시간 있다보면 머리는 안개가 꽉 들어찬 듯 답답하고 빨리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러 밖으로 나가고 싶다.


나도 그렇게 안 컸으면서, 꽃을 보고 나무를 만지고, 힘들어도 산에도 오르고 바다도 온몸으로 느끼며 감각을 확장시켜주고 싶다. 내가 크면서 느꼈던 텅 비어있는 공간감을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채워 나가고 싶은 건 욕심일지라도, 꾸준히 욕심을 부리고 싶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절실하게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번 주말엔 또 어디 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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