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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Oct 28. 2022

읽기만 하는 것은 지겨워, 써야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글의 소비자로만 남는 것이 지겹다고 느껴졌을 즈음이었다. 정신적인 허기로 좋은 글을 찾아 읽어도 언제부터인가 구멍 뚫린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처럼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좋은 글을 담기에도 단단한 정신의 그릇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빛나는 글도 나를 감동시키기에는 내 마음이 맑지 않고 혼탁해져 있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건 글을 쓴다는 행위는 가장 정직하게 정신을 다듬는 행위인 것 같다. 내가 제대로 알고 느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는 척 가장하는 것, 표면적으로 아는 것, 경험한 것의 깊이 또한 글에서 모두 드러나서 글이야 말로 한 개인의 정신적 맨얼굴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나를 전율시켰던 글, 경험, 또는 미술작품에 대한 글을 쓸 때 나의 글이 오히려 그 대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그 대상을 온전히 담기 위한 정신적 수양과 사색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글쓰기가 내 일상에 자그마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책 읽기를 즐겨하게 됐다. 나도 글을 쓰니 비로소 작가의 관점에서 책을 읽게 된다. 작가의 표현력, 재치, 관찰력, 단어 선택 등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고 독자의 '받아들이는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읽게 된다. 비로소 읽기 행위가, 그리고 나의 경험들이 더 의미를 가지고 내 안에 담기기 시작했다. 

   요즘 읽는 책은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이다. 무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와 함께 산책하며 걷기를 어느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서가 아닌 '행위'로서 했던 역사 속의 인물들을 만난다. 작가는 걷는 행위처럼 한발 한발, 걷기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나도 그 '걷고 쓰는' 행위에 동참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 오늘 오후에는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있는 이 동네에서 오늘 '걷고 쓴'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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