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킹매거진 - 이라선
가장 최근 영상을 올린 지 닷새나 지났는데 이제야 글을 쓴다. 글을, 나에 대한, 나의 일에 대한 글을 쓸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서였다. 글도 싫고 나도 싫고 나의 일도 싫고. (불과 일곱 편 만에?)
나는 업다운이 심한 유형의 사람이다. 업다운이라는 게 평균으로 지내다가 업도 되고 다운도 되고 그런 것인데, 나는 평균은 없고 업과 다운만 있는 느낌이다. 남편이 나에게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자주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그게 말처럼 되면 하겠냐고. 나도 나의 일희일비가 싫다. 작은 일에 뛸 듯이 기뻐하고 더 작은 일에 한없이 가라앉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몫이 아니었나. 집에 있는 세 살짜리 사람처럼. 애들은 뒤끝이라도 없지, 나는 방금 바닥을 치고 올라온 자신을 돌아보며 한숨을 짓는다.
무엇이 그렇게 싫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고 유치하다. 조회 수가 낮아서! 유튜브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럴 거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누구나, 혹은 아주 확실한 대중(엄마라든가, 애미라든가)이 끌릴만한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매니아가 굳이 마요네즈까지 넘어와서 영상을 봐줘야 가까스로 조회 수가 한 개 오른다. 각오하고 시작했고, 이런 걸로는 유튜브의 은딱지 같은 거 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서 시작했다.
그것뿐이라면 이렇게 의기소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속이 좁진 않지(과연). 더콤마에이를 세상에 알리고 책을 두권 내고, 이리 뛰고 저리 넘어지고 하면서 뭔가 속 시원하게 이뤄내지 못한 지난 7년의 조바심이 저 밑에 깔려있다. 그런데 다시 맨 땅에 헤딩이다. 플랫폼도, 계정도, 팔로워도, 컨텐츠도 죄다 새로.
첫 출간 제안이 들어왔던 날을 기억한다. 한강진역 안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중이었고(내려가던 중이었나?), 휴대폰을 켰다가 편집자의 메일을 보았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언젠가는 꼭 일어나길 고대하던 일이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설렜다. 화면을 캡처해서 남편에게 보내주었었다. 그다음에도 출간, 취직, 디렉터, 에디터, 촬영, 토크 등의 많은 일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잡히기도 하고 놓치기도 했다.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 기쁘고, 무산되거나 끝이 나면 허무했다.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할 땐 설레고, 바로 조회 수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한다. 이렇게나 가볍다. 나의 소신이라는 것은.
하지만 나는 동료라고 부를만한 사람도 없고, 금전적인 보상은 더더욱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것, 그러니까 혼자 카메라 앞에서 웃고 떠들고 밤새 그것을 편집하고 이곳저곳에 홍보를 하고 댓글이 달리지 않아도 무심한 척 다음 컨텐츠를 만드는 행위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단 한 개의 구독과 라이크와 조회 수가 절실하다. 숫자가 중요한 플랫폼에 의지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가시적인 수치에 자꾸 연연하게 된다. 나는 아주 보통의, 아니 보통보다 욕심이 조금 더 많은 사람이다. 아주 죽을 맛이다. 더 죽을 맛은 뭐냐면, 이게 다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원점으로 귀결될 때이다. 거기에 다다르면 도망칠 곳 없이 나 하나만 남는다.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정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답은 매번 같다. 나의 일을 내가 잘하고 있고, 그 능력을 밖에서 알아준다는 것. 세심하고 통찰력 있는 인터뷰어를 섭외할 때 적어도 그 몇몇의 후보 안에 내가 들어있다는 것.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을 때,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이미지든 간에 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 간혹 어쩌다 말고, 자주 그렇게 되는 것. 그래서 오래전부터 나의 꿈은 '베테랑'이었다. 막상 글씨로 써보니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노련하게 들린다. 전문가? 너무 딱딱하다. 잘하는 사람? 그게 뭐야. 암튼 간에 그쪽이다.
그렇게 되려면 의기소침하게 누워있을 시간에 영상 한 편이라도 더 찍고 글이라도 한 자 더 적는 게 현명하지만 나는 또 우울감이 가시기까지 기다린다. 우울할 때 억지로 무엇을 하면 우울하게 만들어진다. 오래전, 기분이 안 좋은 날 써서 기고한 에세이가 단칼에 날아간 적이 있다.
기다리면 다시 올라온다. 언제나 상황은 같은데 나 혼자 오르락내리락한다. 책 한 권 냈다고 인생이 활짝 피지 않고, 조회 수 나오지 않는다고 일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알면서 참 자주도 왔다 갔다 한다. 늦었어도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은 회복했다는 뜻이고, 아예 안 올리는 것보다는 늦은 편이 백번 낫기에 작은 속내를 굳이 열어본다. 난 뭐 멋있어 보이고 그러기엔 글렀어. 죄다 찌질이 궁상이야.
그래서 나 대신 멋있는 공간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