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의 시대

그것의 인터뷰

by 룬아

지난여름, 양쪽 팔꿈치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쪽에는 reality, 다른 쪽에는 fantasy라는 글씨가 속눈썹같이 그려져 있어요. 어떤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단순히 도안이 예뻐서였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두 팔꿈치 사이에 껴있는 몸뚱어리가 떠오르곤 합니다. 호기로움이나 호기심에 한 타투도 일단 받으면 점차 나에게 흡수되어 '내'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사실 주변에 이 정도 타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많습니다. 언젠가부터 타투라는 것이 유행처럼, 그리고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한국의 또 다른 문화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외국 지역에서는 '코리안 타투'라는 장르가 형성되어 있다고도 하네요. 이제 정말 흔해졌구나, 하고 생각하며 지내다 다른 곳에 가서 소매를 걷으면 등 뒤가 따가워지기도 합니다. 급격히 폭발한 문화인만큼 여전히 편견은 많아서, 팔꿈치에 있는 작은 그림 하나 갖고 직업, 결혼 여부, 나이 등을 유추하려고 합니다. 그런 관심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자기들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표정들이 재미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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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이유로 타투가 불법인 와중에도 한국의 타투이스트는 근 몇 년 사이에 그 숫자가 기존의 열 배가 넘었다죠. 그만큼 어마어마한 수요가 있고, 그것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유명 맛집 앞에서 줄 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기 있는 타투이스트의 작업을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기도 하죠. 하지만 투명하지 않은 분야인 만큼 의도치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상식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우니, 도안만큼 작업자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타투의 경험만큼 커버업의 경험도 늘어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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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타투이스트로 전향한지 1년 정도 된 동생이 새로운 작업을 받았습니다. 보기보다 크고 섬세한 작업이라, 하마터면 해 뜨는 걸 볼 뻔했어요. 가느다란 팔에 다소 과감한 그림이지만 어머니와의 따뜻한 추억이 담겨 있다는 아카시아 이파리. 이리도 낭만적입니다.


타투는 한 개인의 시대성을 담고 있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평생 가져갈 어떠한 그림을 몸에 그리기로 마음먹습니다. 스스로 다짐을 새기기 위해서 일 수도, 그저 예뻐서일 수도 있겠죠. 이유야 어떻든 모든 타투는 특정 시기의 특정 인물을 담고 있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개인의 기록된 역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어느 날 갑자기 그 역사가 창피해질 날이 올지도 모르죠. 흔들리지 않는 취향이나 가치관은 생각보다 희귀하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평생 마음에 완벽하게 들 타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시대의 당신은 있죠. 당신과 함께 늙어갈 그림도.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타투는 유일무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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