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배알 없이 굽신굽신 일하는데
한직으로 몰리는 서러운 처지
퇴로 없는 살벌한 전장(戰場)에서
하루하루 싸워 견디는 그 처절함
첫 잔에 띄워 입안을 축입니다
닮지 말기를 그리도 바랐건만
뭐 그리 좋다고 쏙 닮았는지
답답한 나 같아 윽박부터 질렀더니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들 새끼
아비 맘 몰라 주는 그 야속함
다음 잔에 담아 목젖을 적십니다
지 어미 고왔던 처녀 적 모습 그대로
어엿한 여인으로 자라 시집갈 때쯤 되니
지 어미 저리 고생시켰다며
눈 흘기는 과년한 딸내미
애교스럽게 안겼던 그 그리움
그 다음 잔에 섞어 식도를 넘깁니다
눈 마주치기 무섭게
기억 저편에 있던 묵은 이야기 끄집어내어
신세 한탄 요망지게 하는 여편네
그리 살 비비고 살았는데도
나를 몰라주는 그 답답함
막잔에 부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데
유독 당신만 하나 되어 속 쓰려하시니
그래서 당신을 자주 찾나 봅니다
2016.03.04.
웅크리고 앉아 소주 한 잔 드시던 아버지가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서 홀로 소주 한 잔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