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 참 좋습니다 Mar 03. 2016

소주 한 잔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배알 없이 굽신굽신 일하는데

한직으로 몰리는 서러운 처지

퇴로 없는 살벌한 전장(戰場)에서

하루하루 싸워 견디는 그 처절함

첫 잔에 띄워 입안을 축입니다


닮지 말기를 그리도 바랐건만

뭐 그리 좋다고 쏙 닮았는지

답답한 나 같아 윽박부터 질렀더니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들 새끼

아비 맘 몰라 주는 그 야속함

다음 잔에 담아 목젖을 적십니다


지 어미 고왔던 처녀 적 모습 그대로 

어엿한 여인으로 자라 시집갈 때쯤 되니

지 어미 저리 고생시켰다며

눈 흘기는 과년한 딸내미

애교스럽게 안겼던  그 그리움

그 다음 잔에 섞어 식도를 넘깁니다


눈 마주치기 무섭게 

기억 저편에 있던 묵은 이야기  끄집어내어

신세 한탄 요망지게 하는 여편네

그리 살 비비고 살았는데도

나를 몰라주는 그 답답함

막잔에 부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데

유독 당신만 하나 되어 속 쓰려하시니

그래서 당신을 자주 찾나 봅니다



2016.03.04.

 웅크리고 앉아 소주 한 잔 드시던 아버지가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서 홀로 소주 한 잔 기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이 참 좋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