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35. 대충사는 삶

by Da Hee

오늘 아침 문득, 거창하고 버거운 것보다 수월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바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하나의 계획일 수도 있고, 하루의 루틴일 수도 있으며, 인간관계나 물건을 고를 때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대충하는 것을 진저리 나게 싫어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내 본성을 ‘야무짐’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며,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큰 노력보다 오히려 작고 사소한 ‘대충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 자잘한 대충의 꾸준함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
거창하고 완벽해 보이는 루틴이나 일, 명품 브랜드의 물건들, 그리고 그런 인간관계까지 그 모든 것을 완벽히 지켜내려 애쓸수록 나는 오히려 부족하고 허덕인다.
만약 매일같이 ‘오늘도 완벽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완벽한 예술작품처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인생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게으름이나 부족함을 합리화하며 “그냥 즐기면 되지” 하고 하쿠나 마타타만 외치며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결국, 될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다만 내 인생을 ‘잘’ 살고 싶다.
그 열쇠는 한정된 에너지로 최대의 결과를 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돈을 벌 듯이, 나의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순환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준비하고, 꾸준하게, 그러나 과도한 힘을 들이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충’이란 아무렇게나 한다는 뜻이 아니다.
힘을 조금 덜 들여도 일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적지만 핵심적인 에너지를 여러 일에 분산하고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상대에게 “대충해도 돼”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말은 이미 상대의 능력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너라면 굳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잘할 거야.”
서로 편한 마음으로 임하자는, 일종의 인정이자 약속 같은 것이다.


모시고 살려고 명품을 사느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종종 들린다.
사실 나도 그 말에 매우 공감한다.
그저 ‘작품 하나를 소유했다’는 사실에만 가치를 두는 삶은, 대충에 익숙한 나에게는 낯설다.

나는 실용적이고, 투자 대비 결과가 명확한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내가 활용할 수 없고 내 삶을 지배하기만 하는 물건들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가치 있는 것’을 사랑한다.
명품 브랜드든 이름 있는 것이든 인정받은 최고의 가치들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소유욕도 생긴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 효용이 떨어질 때는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
이 점이 나의 냉정함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나의 성격과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신념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그들의 명성에는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게 효용이 사라진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오만함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둔 삶의 원칙이다.




결국, 남는 건 나 자신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중심에 세우고, 그 위에서 모든 것의 가치를 다시 정의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충’이자, 꾸준함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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