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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북스 Channel Books Mar 30. 2021

[독후감] 데미안 _ 헤르만 헤세

나는 누구인가?

워낙 고전 명작이기도 하지만, BTS의 2집 앨범 'WINGS'의 수록곡 ' 피 땀 눈물'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근래 다시 조명 받았다. 자아 발견의 심오한 철학이 담긴 어려운 책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중2병'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신에 대한 고민 '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 자아의 발견, 성적 충동과 판타지 .. 데미안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루지 않겠다.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다루기도 했고. 선을 상징하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선과 악,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진정한 세계와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는 내용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수많은 상징과 은유, 철학이 들어 있어 생각할 내용도 많고, 인용할 만한 멋있는 구절도 많다. 그런 이유로 중2병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인생을 투영해서 보기를 즐기는 편이다. 책이란 건 저자의 사상과 인생이 묻어나기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책을 즐기는 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보면, 그 어떤 책보다도 저자와 소설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 1877 ~1962) 




우리나라의 역사로 보면 조선 말기 고종 14년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살다간 사람이다. 독일계 스위스인으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스위스로 귀화했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철학적 스승 ' 피스토리우스'처럼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목사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도 선교 활동을 하셨던 그야말로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이다. 헤르만 헤세가 외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목사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한다.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처럼 이런 기독교적인 배경은 평화와 심리적 안정이 되기도 했지만, 어릴 때부터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했기에 심리적 반발심도 있었던 것 같다. 신학교에 들어갔던 헤르만 헤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고, 요양 중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이후 일반 학교에 적응하려 했지만 일탈과 정신적 방황으로 다시 그만두었다. 너무 낯익은 싱클레어의 스토리가 아닌가? 데미안에는 헤르만 헤세의 인생이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 성장기의 방황을 싱클레어를 통해 그대로 그려낸 소설이 데미안이다. 


기독교적인 해석과 선/악의 판단, 모든 굴레를 벗어던진 등장인물' 데미안'은 어쩌면 헤르만 헤세가 동경한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조국인 독일이 본격적으로 침략전쟁을 시작하자 헤르만 헤세는 조국 독일을 강하게 비난한다. 하지만 당대의 독일 학자와 문인들은 편협한 민족주의로 독일을 지지하고, 모든 언론은 헤르만 헤세를 배신자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문/잡지에 헤세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매국노 헤세의 저서는 판매금지, 출판금지 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조국의 비난은 헤세를 힘들게 했고, 이 즈음 헤세의 부인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고, 부친이 사망하였다. 막내아들도 병약하여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지칠 대로 지친 헤르만 헤세도 정신 치료를 받게 된다. 고전 명작을 남긴 작가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가슴 아픈 이별을 해보지 않고 절절한 발라드를 작곡할 수 없듯이, 인생의 처절함을 맛보지 않고는 인류의 가슴을 두드리는 명작이 나오기 힘든 모양이다. 


이 즈음 헤세는 의학 심리학의 대가 칼 구스타프 융을 만났고, 닷새 후 꿈속에서 '데미안'의 등장인물들을 만났다고 한다. 데미안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것 같이, 은유와 상징을 갖는 이유가 이것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독일은 계속해서 헤르만 헤세를 탄압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헤르만 헤세는 1923년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민이 된다. 


소설 ' 데미안'은 1919년 출간된 소설이다. 헤르만 헤세가 조국 독일에서 매국노로 극도로 탄압받고, 정신에 이상이 생겼으며,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부인은 정신병을 앓고 있고, 아들도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즈음이다. 


사춘기 청소년의 질풍노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의 정신세계는 혼란하고 중심을 잡기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을까?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상태의 헤르만 헤세가 온 정신을 집중해  남긴 글이 데미안이 아닐까? 어쩌면 놓쳐져만 가는 자신의 정신을 부여잡기 위한 몸부림의 자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데미안'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사고의 깊이가 있다. 불후의 명작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인가 보다. 


데미안은 다소 어려운 소설이다. 하지만 심오한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에 깊은 울림이 몇 날 몇 일 지속되는 것처럼, 한 번 읽고 나면 사고의 넓이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새로운 생각들이 계속돼서 인간의 깊이를 더해주는 명작이다. 그 깊이를 다 헤아려 보려면 5년에 한 번씩 죽을 때까지 읽으면 죽기 전에는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북으로 들어보고 싶다면? 


채널북스 오디오북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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