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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북스 Channel Books Apr 18. 2021

수필인가? 시인가? 글 잘 쓴다는 건 이런 거구나.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_ 원태연

밀리의 서재라는 독서 플랫폼 서비스 중에 두 달에 한 번 종이책이 배송되는 서비스가 있다. 이때 배송되는 책은 '밀리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밀리의 서재와 출판사가 합작으로 내는 책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독점 콘텐츠인 셈이다. 밀리의 서재에서만 출판되는 책인 것이다. 책이란 게 본인이 고르지 않고 읽으려면 누군가에게 선물 받는 경우인데, 그런 기분이 든다. 내가 고르지 않은 책을 임의로 받아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받은 책은 원태연 시인의 에세이다. 





원태연 시인의 시집을 진지하게 읽어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안 읽어 봤을 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태연 시의 시대를 살았다. 긴가민가 하시는 분들을 위해 원태연 시인의 시집 몇 개를 소개해 보겠다.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시집 제목 만으로도 이미 '아~' 하시는 분들 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유명한 원태연 시인의 에세이집이다. 실제로는 에세이와 시집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다. 아니면 에세이로 쓰신 건데 너무 문장이 유려해서 시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가독성도 좋고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부분이 많다. 위 사진에 플래그 붙여 놓은 게 보이시는지 모르겠다. 아주 짧은 책인데 도저히 그냥 지나가지 못하게 잡는 문장들이 많다. 마음 같아선 플래그가 서너 장에 한번씩은 붙었을 텐데 많이 참았다. 너무 감성적으로 보일까 봐서. 정말 좋은 책이다. 


© alvaroserrano, 출처 Unsplash

                                      



감성을 자극하면서, 위트도 있다. 뭔가 뭉클한데 웃음도 피식 나고, 공감도 가고, 무슨 마음인지 알 것도 같다. 중간중간 '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하는 묘한 동료의식도 느껴진다. 아무튼 글을 잘 쓴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용이나 줄거리를 스포 할 게 없다. 굳이 스포라면 문장 하나하나 단락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게 전부 스포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책은 밀리 오리지널로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일반적으로 구매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아닌가 정확하지 않다. 지금 검색해 보니 온라인 출판사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스포 하지 않는 원칙을 깨고 몇 문장 나누고 싶다. 



© dearseymour, 출처 Unsplash




투명인간



내가 어렸을 때 난 집 안을 뛰어다니며 숨는 것을 좋아했대........


근데 참 이상하지, 나는 지금 숨지도 않았는데 세상은 왜 나를 못 찾는 걸까? 심지어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데도 말이야







깨진 잔



외로움. 아무리 채워봐도 그 순간뿐이지






운전대 좀 잡아줄래






........ 오늘이 그런 날이야. 특별히 별일도 없었는데, 유난히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 포스팅을 이웃님들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읽으셨으면 더 좋겠다. 원태연 님의 글은 왠지 그런 감성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촉촉해지는 책이었다. 원태연 시집도 몇 개 다시 찾아 읽어보고 싶은 저녁이다. 



© Free-Photos, 출처 Pixabay




약간 난데없지만 결론은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아니면


책책책 책을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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