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자고 일어나니 맑은 콧물이 질질 새고, 엄마- 부르는 목소리에 코맹맹이 소리가 섞여든다.
계절이 또 한 번 바뀌는 시점인가보다.
새 계절이 오면, 비슷한 생김새의 옛 장면이 나를 찾아온다.
분명 내가 맞이하고 있는 것은 새 것이건만, 첫사랑을 닮은 그이에게 빠져들 듯, 저와 닮은 것을 보며 흠칫하는 내게 빈틈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 순간은, 샤워를 하고 나와, 차가워진 초가을 바람을 온 몸으로 껴안는 순간일 수도 있다. 혹은 생경한 뙤양볕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느 오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다행인 것은, 가을은 내게 다정하다는 것.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 떠오르는 다른 절기들과 달리, 가을은 내게 고소한 단호박 냄새와 들떠운 콧바람으로 찾아온다. 보드라운 니트를 살살 만지며 하늘로 기지개를 켜도 좋고, 우유나 커피에 계핏가루를 뿌리기에 알맞게 서늘한, 낭만의 계절.
반가운 가을이여-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