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이 책을 처음 읽은 2012년, 나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왜냐하면 나의 삶에 진정한 ‘사랑’이 없었으니까. 나는 오랫동안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니 누군가의 사랑도 다 믿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모모는 삶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손때 묻은 이 책을 꺼내 든 건, 새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중 6번의 새해, 첫 책으로 나는 ‘자기 앞의 생’을 꺼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나를, 나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도 괜찮다고 책은 나를 다독여준다. 주인공 모모(모하메드)와 로자 아줌마, 그리고 하밀 할아버지, 롤라 아줌마 등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이 처절하고 비참해 보이지만 작가는 삶을 비극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 삶 속에도 유머가 있고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
몇 번이나 책을 읽었지만, 올해 문득 더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p.61)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p.93)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p.109)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p.174)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p.275)
삶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내 안에 있는 검은 부분을 보며 살 것인지, 아니면 흰 부분을 보면 살 것인지, 나 스스로를 어떻게 믿을 것인지,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이런 질문들이 없다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테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새해가 되면 나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이 책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딸아이와 함께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내게로 와 시작된 너의 삶에 사랑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