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송희구
곧 전세 계약이 만료된다. 남편과 수시로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 주변 집 시세와 날짜를 확인하고 있다. 집의 조건은 나의 사무실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을 1순위로 30평대, 엘리베이터가 있고 주차가 용이할 것, 신축보다는 구옥으로 서비스 공간이 넓고 세월의 흔적이 있더라도 수리가 된 곳이었으면 한다. 부동산에는 이렇게 디테일한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예산 안에서 보여주는 집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울로 이사를 온 지도 4년, 과연 우리의 세 번째 집은 어떤 곳일까.
남편이 회사 팀원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서울 자가'라는 말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너무 혹하는 포인트였다. 남편이 읽다가 잠시 테이블에 내려놓아 앞부분을 읽어보았는데 웬 걸, 책이 술술 읽혔다. 순식간에 책을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 "2권에서 계속됩니다."에 살짝 황당(3권까지 있는 책인지 몰랐다)했지만 서둘러 2-3권을 주문해서 후루룩- 읽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에게 적당히 공감되었다.
우리네 현실에서 '집'은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안정감을 넘어 부가가치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소득 수준과 학군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주제는 늘 무겁고 무섭다. '행복한 우리 집'이 이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집에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점점 자괴감이 들고 구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꾼다. 우리 집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다음 집에서 우리 가족은 어떤 추억을 남기게 될까. 비록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오래되고 좁아도 둘에서 셋이 된, 부부에서 부모가 된 의미 있는 집. 서울에서 처음 살게 된 우리 집.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니, 다음 집이 어디든 좋을 게 분명하다. 우리 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