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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Jun 05. 2022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를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협찬도서)

'그치만 우리가 그들을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는 거야?'



각 사람의 가치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다. 경험에 의해서는, 감정에 의해서는, 상황에 의해서는 결국 가치 판단의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가치판단이 나에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예상치 못한 누군가에게 나비효과처럼 영향을 준다면 그 가치는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름대로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하고, 장바구니를 사용하며, 혹시라도 받게 된 비닐봉지는 재사용을 하고, 당근이나 중고나라를 잘 활용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행동은 결국 ‘예방’이 아닌 ‘치료' 차원이라는 점에서 나의 근거 없는 낙관론에 균열이 생겼다.



우주생물학자인 시오는 얼마 전 사고로 동물권 활동가인 아내 얼리사를 잃고 조금 특별한 아들인 로빈과 둘이 산다. 로빈의 특별함을 진단명으로 설명하자면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빈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이다. 그 때문에 식물의, 동물의, 땅의 아픔에도 격렬히 아파할 수밖에 없다. 아이는 말한다.


‘진드기에 감염되면 고기에 알러지가 생겨. 고기 먹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건 멋진 일일 수도 있어. 우리의 식량이 열 배는 더 오래갈 거야!’ (p.222)


나는 이 말에서 현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멈춰버린 일상, 공장, 사람들, 그렇게 조금씩 활기를 찾는 자연, 과연 우리는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로빈은 그저 탓만 하기보다는 조금씩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려고 한다. 1인 시회를 하고, 실험을 통해 자신이 나아진 모습을 대중 앞에 보이고, 배너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강물의 돌탑을 무너뜨린다.


- 도와주세요. 죽어가요.(p.184)

- 우리가 해친 것을 치유합시다.(p.302)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p.303)


‘모든 동물 중에 딱 2퍼센트만 야생이라며? 다른 건 전부 공장처럼 키우는 소와 닭과 우리고?(p.95)’ 그 많은 다양성을 우리의 필요에 맞춰 줄이고 늘린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뻔히 일어나는 일을 알아보지 못하는(p.193)’걸까? 어떤 일이 발생한 후에야 우리는 결국 깨닫게 되는 걸까?


하지만 ‘온 세상이 다 마음에’ 든 로빈은 반문한다.

-'어느 쪽이 더 클 것 같아? 외우주……? 아니면 내우주?(p.378)'



‘우주 전체는 존재 전체보다 무한히 작다…… 우주의 매 순간마다 그 기저에는 무한한 존재 전체가 있다(스타메이커, 올라프 스테이플던).’ 몇 가지 안 되는 나의 활동들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지금의 작은 습관들에 좀 더 살을 붙여야겠다. 새들이 모조리-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 이 책을 단순하게 ‘환경' 소설로만 생각하며 읽게 되진 않았어요. ‘우주생물학자'와 ‘동물권 활동가’의 삶과 그 배경이 되는 우주와 자연에 대한 호기심, 정치적 과학 탄압(과학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인간 대상 실험에 대한 존엄성 문제, 아동 보호 및 치료에 대한 부분 등등 말이에요. 실은 저, 이 책 다 일기도 전에 이미 눈물, 콧물을 줄줄 쏟았어요. 하지만 환경의 날을 맞이해서 그동안 저의 ‘편리함'에 고통받았을 누군가(식・동물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가 있음을 깨닫고 작은 부분부터 다시 실천해보려고 해요.


‘도서협찬’은 반드시 표기해야 하는 부분이라 제일 상위에 노출했지만, 정말 읽어보시면 좋을 책이에요. 강추! 다만 ‘표지'는 제 취향은 아니라 저도 서점에서 이 책을 순순히(?) 골라 들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주 관련 내용이 많아 빨리 읽히지 않아 좀 답답하실 수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세요!



문장 기록


P53 반면 내 쪽은 일이 어떻게 잘못되는지에 끝없이 놀랐다. 여섯 살의 로빈에게 [헝겊 토끼] 책을 읽어줬다가, 여덟 살이 된 후에야 아들이 그 책 때문에 몇 달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 년이나 야경증에 시달려 놓고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하기가 너무 부끄러웠다니, 그게 로빈이었다.


P63 모든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 맞지 않게 된다. 우주의 첫 번째 교훈은 절대로 한 가지 사례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P241 '모두가 다른 존재로 살면 어떤지 배워야 하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해결되겠어!'


P313 '다른 행성에서는 모든 게 달라 보여. 그래서 우리가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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