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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Mar 05. 2019

깨진 휴대폰에서 배운 철학

소중한 것은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몇 번이나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장자리에 흉터가 생겼다. 3개월쯤 지났을까, 아님 그보다 더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아침,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다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찌그러진 줄로만 알았던 휴대폰 가장자리 흉터가 사실은 액정 파손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사방으로 번져 액장이 깨져 있었다. 갈라짐은 조금씩 조금씩 더 깊고 넓게 물줄기처럼 퍼져갔다. 


언제의 충격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휴대폰 액정의 금이 처참하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흉물처럼 변해버린 휴대폰을 더 함부로 대했던 것 같다.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의 단골 가게를 담으려고 사진을 찍는데 초점이 맞지 않았다. 슥슥, 옷으로 액정을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얼른 휴대폰 후면을 확인해보니 웬 걸, 카메라 액정이 깨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또 언제 깨진 거지.


결국 카메라 액정까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작년 10월, 2년의 약정이 끝나고부터 고장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바꿔야 하나 계속 써야 하나 고민했고 그저 어떤 답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났다. 그 순간부터 내게 지금의 휴대폰은 소중하지 않은 물건이 되었고 내 손이 휴대폰을 미끄러뜨렸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어떤 사물이든, 일이든, 사람이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깨져버린 휴대폰은 누구보다, 무엇보다 나와 가장 가까웠다. 나는 지금, 소중했던 존재를 잃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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