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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Feb 27. 2019

힘을 빼는 연습

필라테스, 몸과 마음을 천천히 이완하기

  몸이 이완된다. 긴장 속에 살아온 나날들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더니 걷잡을 수 없게 굳어 버렸다.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몸은 챙기지 못하며 살았다. 언제나 몸보다는 마음을 우선시했다. 굵어진 손가락 마디, 한쪽으로 틀어진 목, 딱딱하게 뭉친 어깨. 그렇게 팔이, 등이, 몸통 전체가 해야 할 일을 목과 어깨, 손과 손목이 대신하며 버텨왔다. 가장 약한 스프링에 걸려 있는 바(bar)를 팔과 등의 근육으로 끌어당기는데 온 몸이 쉴 새 없이 떨리며 요동쳤다. 오른쪽 어깨는 문제가 생길 만큼 심하게 무리하며 살았고 왼쪽은 도무지 근육이라는 게 붙을 생각을 하지 않고, 몸에 붙어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게 살았다. 아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진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좁아진 시야와 편향된 생각이 스스로를 옭아맨다. 몸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마음도 덩달아 말랑해졌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있음을 느낀다.


생일 선물로 J은 필라테스 수강권을 선물했다. 매일같이 수제청을 만들며 (막) 노동하는 아내를 위한 배려의 선물이었다.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도수치료를 받을 때도 권했던 운동이라 기대가 되었다. 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체형이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어야 했다. 부끄러움은 당연히 내 몫이지만 탄탄한 선생님의 몸에 더욱더 초라해졌다. 바로 선 자세부터 시작해 몸을 숙여보기도 하고 누워보기도 하면서 자세와 근육의 정도를 살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은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나쁘기도 했다. 어깨의 힘을 빼고 호흡을 배웠다. 숨소리와 작은 움직임에도 나의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고작 8번의 반복에도 숨이 턱 막히고 레버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50분 동안만은 온전히 몸을 위해 시간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어깨가 아팠다. 수업을 마치면서 선생님은 뭉친 내 어깨를 풀어주며 말했다.  

- 가현 씨, 늘 긴장하며 살아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힘을 빼는 연습을 해봐요.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렵지만 할 수 있어요.


그 순간 머리가 번쩍했다. 언제나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일을 할 때도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처리하려 했고, 힘이 들 때도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했다. 나름대로 '빼기'를 실천한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더하고, 더하고, 더해져 곱절로 지쳐있었다.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호흡을 잘하기 위해서,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리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깨달았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나의 최선에서도 충분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오늘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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