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엄마가 될 줄 알았다

마음만큼 몸은 준비 되지 않았다.

by 가현

결혼한 지 3년 차가 된 J와 나는 올초 조심스레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을 하고 늘 머릿속을 맴돌던 '임신'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각자 사업을 하고 있고 우연히도 결혼 6개월 만에 나는 인천에서 서울로, J는 목동에서 성수동으로 회사를 이전하여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었다. 그때 우리에게 가족계획은 사치였다.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양가 부모님은 재촉하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셨다. 되려 건너 건너 알게 된, 그래서 그리 친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들이 더 자주, 거침없이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물었다. 대신 키워 주지도, 양육비를 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리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하기사 결혼 전에는 언제 결혼할 거냐, 결혼을 하면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 아이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 로 이어지는 질문의 연속은 예정되어 있었다. 숱한 질문을 견디어낸 결혼 선배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실은 작년부터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임신 전 검사도 하고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을 받는 해여서 산부인과에 가서 그 외의 검사도 받았다. 몇 년 전 검진을 통해 알고 있던 자궁근종은 자라지 않은 채 동일한 크기였다. 하지만 새롭게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는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며 가능하면 빨리 임신을 하라고 권유했다. 당분간 임신 계획이 없었지만 일단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사를 했고 한동안 별생각 없이 지내다 J와 임신 계획을 세우면서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 한참을 검색하다 그나마 가까운 은평구의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이전 검사 기록지를 가져가진 못했지만 예진실에서 간단히 문진하여 나의 상태를 기록했다. 나의 상태를 설명했다. 순서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니 주치의는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경부 확대 촬영,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할 거라고 했다. 하의와 속옷을 벗고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앉아 검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뭔가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초음파로 난소 양쪽을 번갈아가며 검사하고 자궁 내부를 촬영했다. 검사가 끝나고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담당의와 마주 앉았다.


주치의 자궁근종은 괜찮아요. 알고 계시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나 아, 그래요? (휴, 다행이다.)

주치의 그런데 자궁내막증이 문젠데, 이 정도면 수술해야 합니다.

나 네? 수술이요? (응? 수술이라니?)

주치의 (사진을 보여주면) 여기 보세요. 이게 자궁내막증 혹인데 왼쪽 난소에 유착이 되어 있어요. 이 정도면 생리통도 심했을 테고.

나 맞아요. 생리통이 심한 편이에요.


갑작스러운 검사 결과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주치의는 서둘러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담당의에게 소견서를 넘겼고 엉겁결에 나는 한 번 더 진료실에 들어가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됐다. 결과는 역시 자궁내막증이었다. 담당의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고, 제일 빠른 수술 날짜는 다음 주 월요일이라고 했다. 수술은 전신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몇 가지 검사할 것이 있다며 수술을 진행할 거면 서둘러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수술하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가족과 상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한 뒤 진료실에서 나왔다. 하아,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몸도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J에게 전화를 걸었다.


J 여보세요?

나 나 오늘 산부인과 다녀왔어.

J 응, 뭐래?

나 수술해야 한대


J와 간단하게 통화를 한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일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집중이 되질 않았다. 계속 한숨이 나오고 마음이 무거웠다. 걱정이 된 J는 저녁 약속도 서둘러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잠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켜고 '자궁내막증'을 검색했다. 20~30대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미 많은 여성들의 수술 후기들이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경험담이 위로가 되었지만 보면 볼수록 겁이 났다. 자꾸 눈물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방 문이 열리고 J가 나왔다.


J 왜 안 자고 울고 있어?

나 몰라. 자꾸 눈물이 나.

J 괜찮아. 이리 와.

나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가 될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엉엉 아이처럼 울었다. J는 말없이 내 등을 토닥였다.


지금부터 준비하기


그날 이후 J와 나는 좀 더 많은 사례를 찾아보고 다시 한번 검사를 받기로 했다. 큰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수술을 권했던 병원에 가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다. 담당의는 다시 검사를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거라고,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검사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아가를 가져야 할 몸이기에 이제라도 더 소중하고 건강하게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나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전개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며 나에게, 우리에게 올 아가를 기다리며 간절하게 기도해본다.


우리, 더 건강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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