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라디오처럼 청취하기도 하지만 본래 목적은 당연히 시청이다. 라디오처럼 청취할 프로그램을 찾으려고 넷플릭스의 무한한 리스트를 보다가 우연히 눈에 띈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다. 제목이 My Love, 그냥 지나치려고 보니 포스터의 주인공이 노인 두 사람이다. 부제를 보니 Six stories of True Love, 번역하면 '진정한 사랑에 관한 여섯 이야기'랄까?
호기심이 생겨서 청취가 아닌 시청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혼자 말고 함께. 바로 직전에 함께 시청한 영화도 사랑이야기였다. 그런데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낭비처럼 느꼈다. 초반에 재미가 없어도 영화든 책이든 끝까지 붙잡고 있는 편인다. 대게 마지막까지 보면 뭐라도 챙길 거리가 있는데, 그 영화는 정말 많이 아쉬웠다.
영상에 대한 실망은 다른 영상으로 채우자. 곧바로 이어서 'My love' 다큐멘터리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기 시작했다. 이전 영화에 대한 실망감 덕분에 이유 없이 불안하다. 미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노부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난 안도했다. 끝까지 다 봐도 실망하진 않겠다.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젊고 매력적인 배우를 통해서 쏟아내던 '그 사랑 영화'의 끝은 아무것도 없었다. 로맨틱 코미디, 유머라고 받아들이기에도 억지스러웠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잔잔하게 스미는 무엇인가 있다. 솔직히 좀 지루한 점도 있다. 하기사 진짜 인생은 지루하지 않던가? 미국, 스페인, 일본 각기 다른 나라에 사는 노부부의 이야기 지금까지 3편을 봤고, 4번째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한국의 노부부였는데 마지막은 월요일의 시작을 위해서 남겨두었다. 각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 My love를 각 나라 말로 타이틀을 다르게 올렸는데, 한국 편은 제목이 '님아'였다. '님아'의 의미를 알지 못할 남편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내 사랑이 아닌, '님아'라서 더 좋았다. 존중의 의미를 담은 호칭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한정적인 내 영어단어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4쌍의 40년 혹은 5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보면서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도 생각했다. 지역 축제에서 트로트를 부르던 한국 부부 이야기의 마무리도 궁금하고, 나머지 두 에피소드는 어떤 사람들의 어떤 사랑 이야기일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몹시도 궁금해지는 우리의 노년.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