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쩐 일로 단톡방에 메시지가 가득하다. 어린이 날을 맞이해서 회사는 쉬지만 이 날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위해서 쉴 틈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된 내 친구들이다. 꽃밭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도 올라와 있고 공원에서 자전거와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사진도 올라와 있다. 대체로 조용한 단톡방이지만 한 번 대화가 물길을 타면 9명이 한 마디씩만 해도 스크롤을 해야만 대화를 다 읽을 수 있다. 남은 하루도 어떻게 아이들과 알찬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의 대화. 시차가 있는 나는 이렇게 몇 시간 뒤에 부지런히 정독을 하고 한 줄 감상평을 던진다.
나도 어린이 날 선물 받고 싶다. ㅋ
바꾸고 싶은 나쁜 습관, 나의 아침 루틴대로 모두들 밤새 안녕하신지 SNS를 확인한다. 본인 유년기 사진을 프로필로 바꾸거나 포스팅한 사람이 많다. 올해 어린이 날을 즐기는 트렌드인가 보다. 어린 시절 사진을 챙겨 온 게 없는데 이래저래 유행은 따르기 힘든 삶이다. 스페인에도 어린이 날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스페인의 어린이 날은 4월 15일이란다. 분명 어젯밤 남편과 시어머니는 어린이 날이 없다고 했는데, 그만큼 챙기는 사람이 없는 날인가? 생각해보니 4월 15일에 무슨 행사가 있었던 거 같지 없다. 스페인 어린이들은 예전부터 항상 선물을 많이 받아서 어린이 날이 굳이 필요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워낙 공휴일이 많은 나라라 어린이 날까지 공휴일로 지정하기는 무리였던 걸까? 스페인에서 어린이 날을 잘 챙기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가족 단톡방에는 남동생이 올린 부모님 사진이 보인다. 어버이 날을 조금 앞당겨서 가족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 메뉴가 샤브샤브였군. 엄마 아빠 얼굴을 보니 어린이 날 선물 달라고 떼쓰고 싶다. 도대체 네가 왜 어린이날 선물을 받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영원한 어린이라고 우기고 싶다. 철없다고 하실까 그냥 하트를 뒤집어쓴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하나를 띄운다.
오늘의 진정한 주인공인 친구의 아이들처럼 우리에게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된 걸까? 근로자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 어른의 날은 따로 없던가? 괜히 심술 난다. 김지은 어린이는 자라서 이렇게 심술 많은 이상한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