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Drawing Hand May 17. 2021

016 칭찬하기

고독한 프리랜서는 칭찬이 그립다

월요일병은 없는 월요일이다. 평일과 주말을 구분할 필요 없는 프리랜서라서 그렇다. 나는 평일에 즉 다른 사람들이 회사 가고 일할 때 노는 걸 최고로 좋아한다. 가고 싶은 전시도 애매한 평일에 가면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고 핫한 카페나 식당도 평일이면 기다림 없이 착석할 확률이 높아진다. 쇼핑이든 여행이든 사람이 많아 복잡할 때보다는 한가한 시간에 가는 게 좋다. 마음 편한 소리, 회사를 다니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주말이니 어쩔 수 없지. 프리랜서라서 좋겠네. 직장인 친구들이 한 소리 하겠지만, 어찌 보면 직장인과 프리랜서(라고 쓰고 '반백수'라고 읽는다.)는 서로에게 결핍된 것을 꾸준히 질투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걸, 구 직장인이자 현 프리랜서로서 잘 알고 있다. 


오늘의 나는 갑자기 직장인 시절 과거의 나에게 질투가 났다. 발단은 이번 주에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면서부터. 이번 주를 위해 하나, 둘 쓰다 보니 요즘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홀로 정체된 시간을 부유하며 잉여로운 삶을 사는가 싶었는데,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조금씩 변한 내가 보인다. 혹시, 다시 십여 년 만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독서가 가진 긍정적 힘을 새삼 느끼면서 계속 써 내려가다가 갑자기 슬퍼진다. 아, 감정 기복이 좀 심한 요즘이라 놀랍진 않다. 어라, 슬픈 줄 알았는데 슬금슬금 화가 난다. 

  

아니 이렇게 노력하고 잘하고 있는 사람을 왜 자꾸 쪼는 거야. 예전에 내가 말이야. 회사 다닐 땐 말이야. 과장님께서 내가 준비한 시안이랑 프로토 타입 보시고 '김대리, 잘하고 있어!' 하면서 미소와 함께 어깨를 툭툭 쳐주셨다고. 그게 한두 번이 아니야. 난 칭찬받는 김대리였다고? 적당히 좀 해라. 정말 성질나서 못하겠네!


프리랜서는 그렇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어도 칭찬을 받을 기회가 없다. 프로젝트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작가님, 스케치가 좋네요.' 한 줄이 내 눈에는 폰트 사이즈 20pt정도로 보인다. 당연히 진하게, Bold 적용. 게다가 나처럼 외주 작업을 드물게 하는 프리랜서는 컨펌도 마감도 없는 본인만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저런 코멘트를 해줄 담당자도 없다. 아무리 가족이나 친구라도 일하는 분야가 비슷하지 않은 이상 어떠한 코멘트도 주고받긴 힘들고. 칭찬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들어야 진짜 같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면 분명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만 유독 잘 보인다.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데 단점에만 집중하는 자신이라니. 고독한 프리랜서는 아무도 제대로 된 칭찬을 해주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 분노감에 못 이겨서 이미 작성을 마친 '이번 주 해야 할 일' 목록에 덧붙여서 썼다.  


    <이번 주 할 일>

    .... 

    9. 감정 조절하기

    10. 스스로 칭찬하기 (필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건 나 한 사람뿐이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건 쉬운데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하는 건 어찌나 어려운지. 월요병은 없지만 칭찬이 고픈 스페인 사는 프리랜서 K 씨는 오늘부터 스스로 칭찬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다니, 정말 훌륭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금방 못 일어나(-읍-)
아니 그게 다 당신을 위해서(-읍-)


칭찬할 때는 '그런데' 이하는 무조건 생략!


Love letter by  The Drawing Hand, 2013

더드로잉핸드 The Drawing Hand

그림 그리는 삶. 

현재 스페인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중.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thedrawinghand.viva

그라폴리오 : https://grafolio.naver.com/jieunkim

유튜브 : http://youtube.com/thedrawinghand  


매거진의 이전글 015 쇼핑센터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