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프리랜서는 칭찬이 그립다
월요일병은 없는 월요일이다. 평일과 주말을 구분할 필요 없는 프리랜서라서 그렇다. 나는 평일에 즉 다른 사람들이 회사 가고 일할 때 노는 걸 최고로 좋아한다. 가고 싶은 전시도 애매한 평일에 가면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고 핫한 카페나 식당도 평일이면 기다림 없이 착석할 확률이 높아진다. 쇼핑이든 여행이든 사람이 많아 복잡할 때보다는 한가한 시간에 가는 게 좋다. 마음 편한 소리, 회사를 다니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주말이니 어쩔 수 없지. 프리랜서라서 좋겠네. 직장인 친구들이 한 소리 하겠지만, 어찌 보면 직장인과 프리랜서(라고 쓰고 '반백수'라고 읽는다.)는 서로에게 결핍된 것을 꾸준히 질투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걸, 구 직장인이자 현 프리랜서로서 잘 알고 있다.
오늘의 나는 갑자기 직장인 시절 과거의 나에게 질투가 났다. 발단은 이번 주에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면서부터. 이번 주를 위해 하나, 둘 쓰다 보니 요즘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홀로 정체된 시간을 부유하며 잉여로운 삶을 사는가 싶었는데,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조금씩 변한 내가 보인다. 혹시, 다시 십여 년 만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독서가 가진 긍정적 힘을 새삼 느끼면서 계속 써 내려가다가 갑자기 슬퍼진다. 아, 감정 기복이 좀 심한 요즘이라 놀랍진 않다. 어라, 슬픈 줄 알았는데 슬금슬금 화가 난다.
아니 이렇게 노력하고 잘하고 있는 사람을 왜 자꾸 쪼는 거야. 예전에 내가 말이야. 회사 다닐 땐 말이야. 과장님께서 내가 준비한 시안이랑 프로토 타입 보시고 '김대리, 잘하고 있어!' 하면서 미소와 함께 어깨를 툭툭 쳐주셨다고. 그게 한두 번이 아니야. 난 칭찬받는 김대리였다고? 적당히 좀 해라. 정말 성질나서 못하겠네!
프리랜서는 그렇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어도 칭찬을 받을 기회가 없다. 프로젝트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작가님, 스케치가 좋네요.' 한 줄이 내 눈에는 폰트 사이즈 20pt정도로 보인다. 당연히 진하게, Bold 적용. 게다가 나처럼 외주 작업을 드물게 하는 프리랜서는 컨펌도 마감도 없는 본인만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저런 코멘트를 해줄 담당자도 없다. 아무리 가족이나 친구라도 일하는 분야가 비슷하지 않은 이상 어떠한 코멘트도 주고받긴 힘들고. 칭찬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들어야 진짜 같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면 분명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만 유독 잘 보인다.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데 단점에만 집중하는 자신이라니. 고독한 프리랜서는 아무도 제대로 된 칭찬을 해주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다. 분노감에 못 이겨서 이미 작성을 마친 '이번 주 해야 할 일' 목록에 덧붙여서 썼다.
<이번 주 할 일>
....
9. 감정 조절하기
10. 스스로 칭찬하기 (필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건 나 한 사람뿐이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건 쉬운데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하는 건 어찌나 어려운지. 월요병은 없지만 칭찬이 고픈 스페인 사는 프리랜서 K 씨는 오늘부터 스스로 칭찬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다니, 정말 훌륭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금방 못 일어나(-읍-)
아니 그게 다 당신을 위해서(-읍-)
칭찬할 때는 '그런데' 이하는 무조건 생략!
더드로잉핸드 The Drawing Hand
그림 그리는 삶.
현재 스페인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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