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샘물'이 있는 사막에서

-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 #7 [신두리 해안 사구 - 충남 태안군]

by 이주현

'우리나라에 사막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정신없이 뜁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마음'으로 제대로 읽게 된 <어린 왕자>에 빠져 한참을 지내다 보니 사막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사막이라는 말만 들어도 자동으로 가슴 뛰던 시기였거든요. 어쩌면 기사 속에서 '사막'이라는 단어로 나를 유혹하는 곳은,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린 왕자'와의 만남이 시작되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린 왕자>에서처럼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깨달음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발길을 향합니다. 그렇게 또 한 곳의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태어났답니다.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7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 사구'


-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 해변길 201-54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곳은 사막이 아니라 바닷가의 모래언덕인(해안 사구)입니다. 하지만 모래 지형 자체가 귀한 나라이다 보니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는 곳이랍니다. 모래언덕인 해안사구가 '사막'의 설렘을 전합니다.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를 어딘가에 샘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해안사구로 들어서는 길, 어른으로 살아가는 내가 동심의 다리 너머의 '나'를 만나러 갑니다.


<3년 전, 한 여름의 신두리 해안 사구>


<한 여름의 신두리 해안 사구>


3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한 여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한편으로는 곱게 쌓인 모래 길을 걷고 있으니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여름의 태양은 그 설렘마저 삼켜버렸답니다.


너무 뜨거워 걷는다는 것이 전투적이기도 했고, 같이 간 딸들은 더위에 지쳐 잠깐 걷다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에 여름이 아닌 계절에 꼭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3년이 지나서야 지켰습니다.





<모래언덕으로 가는 이정표>

코로나로 유난히 힘들었던 2020년, 가을의 길목에서 다시 찾은 내 마음속 '사막'은 거닐기 좋았습니다. 살랑 부는 가을바람 사이로 내 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만나기에 좋은 날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모래언덕을 만난다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벌써부터 두근거렸습니다. 몇백 미터 앞에서 나는 어떤 '소중함'을 만나게 될까요?




어린 왕자는 지구로 오기 전 여러 별들을 거치면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납니다.

첫 번째 별에서는 권위를 존중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왕을 만났고,

두 번째 별에서는 오직 자신에게 향하는 칭찬만 듣고자 하는 허영에 빠진 사람을 만납니다.

그다음 별에서는 침울하게 지내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어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어 찾은 별에서 소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쁜 사업가도 만납니다.

그저 충실하게 주어진 명령에만 매달린 채 일을 하는 사람도 만났고,.

조사하고 기록하는 것에 너무나도 충실한 학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별... 그 모든 어른들이 20억쯤 살고 있는 지구별에 도착합니다.


나의 '사막'인 이곳에서, 문득 어린 왕자의 눈에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른으로 비칠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배우면서 마음으로 깨우쳐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왕자가 지구로 오기 전에 만난 어른들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어른으로 보였습니다. 소중한 무엇을 잊고 사는 어른들로 보였습니다.


<모래언덕을 눈에 가득 담아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드디어 모래 언덕이 눈에 보입니다. 모래언덕을 눈에 가득 담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담고 또 담아 봅니다. 아무리 휴대폰에 담으려 해도 담아지지 않아 그저 사라지고 말 무엇 인가처럼 애타게 눈으로 담아 봅니다.


사막에 도착한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만난 뱀에게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고 했지요. 그 말에 뱀은 사람 사이에서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외로운 이유가 어쩌면 우리가 잃고 살아가는 잊고 살아가는 무엇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또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속에는 가장 순수한 마음의 행복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모래 언덕>


마음껏 웃고 상상할 수 있는 마음과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함에 있어서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을 것입니다.



여전히 어른이 된 우리가 그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기억하는 그 소중한 마음이 원래의 것, 그대로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모래 언덕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것들 중에서 점차 잊고 있는 것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작아서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 중에 그렇게 잊히고 잃어버린 것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나의 소중한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 버린 것은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하늘의 모습은 기억하고 있지만, 계절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개 들어 하늘의 달과 별을 마음껏 바라 볼 여유 대신 조금 더 중요한 다른 무엇인가를 밤새 바라보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서도 처음 설렘의 마음과 소중한 사람을 위한 배려 대신 소유와 집착을 강요하며 사랑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소중한 것을 잊어가고 잃어가는 어른으로 사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당연한 어른들의 삶이라고 믿으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모래언덕을 지나면 산책하기 좋은 길이 나온다>


외로워서 사람들을 찾는 어린 왕자에게 꽃들이 이야기해 줍니다. 사람들이 힘든 건 뿌리가 없어서 라구요.


산에 올라가 외롭다고 외치는 어린 왕자에게 메아리가 대신 대답합니다. 메아리에 실망한 어린 왕자는 상상력이라고는 없는, 남의 말만 따라 하는 사람들이라고 슬퍼합니다.


우리가 조금씩 잊고, 잃어가고 있는 것들은 우리를 지탱할 수 있는 삶의 뿌리일지도 모릅니다. 뿌리가 없는 것처럼, 대신 대답했던 메아리처럼 내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으로 삶을 사는 어른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친구가 되자고 하는 어린 왕자에게 사막여우는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는 것이라고요. 그렇게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엇인가 잊은 채로, 잃고 사는 어른들의 삶에서는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도 없어져 버린 생각은 아닐까 걸으며 생각해 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문득 삶에 갈증이 느껴질 때 샘물을 감추고 있는 우리들의 '사막'을 찾았으면 합니다. 그곳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와 만났으면 합니다. 그 사막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리고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깨달음의 샘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나의 사막에서


소중한 깨달음의 샘물을 마주하며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만났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삶의 기록'을 마주하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