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 #8 [타임캡슐 공원 - 강원도 정선군]
미래는 아직 가보지 않은 세상이기에 우리에게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내가 불안함을 느끼면 덩달아 걱정이 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답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상은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세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되기 전에는 몰랐어요. 어른들 세상의 무게를 말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해봐야 아나 봅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입시를 앞둔 학생 때 보다 더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어른들은 대학을 가면 삶이 순서대로 펼쳐질 것 같은 기대를 심어 주기도 했었지만 실제 어른의 삶은 그렇지 않았어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조차 막막한 불안이 밀려왔답니다. 어린 내 눈에 보이던 어른의 자유는 어른들의 고단한 삶의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막막했지만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릴 적 어른의 세상을 상상하며 갈망했던 것처럼,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준비 없는 미래가 아닌 준비하고 맞는 미래를 살기로 합니다.
문득, 순간순간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살게 될 미래의 삶을 현재에서부터 반짝이게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미래가 만날 수 있는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태어납니다.
아주 오래전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곳이, 후에 '타임캡슐 공원'으로 조성되었답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 신비롭게 자리한 이곳이 우리가 미래를 만나러 갈 곳입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한 해를 기대하며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워 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는 조금씩 현재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지금'을 지나 과거로 갑니다. 짙은 어둠의 밤이 아침이 되기 전 가장 밝은 새벽으로 반짝이다가 아침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사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꿈'입니다.
그 사람에 대해 내가 가지는 가장 풍요로운 궁금증이었습니다.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바라고 있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이 '꿈'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냥 주어진 '오늘'을 살기에 바빴기 때문이었을까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질문에 스스로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꿈은 어릴 적 꾸었던 것이 전부라고 말입니다.
꿈이 어른이 되어 갖게 될 직업의 대명사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대명사로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면 '꿈'을 묻습니다. 꿈은 그 사람의 지금이자, 미래이고 그리고 아름답게 쌓일 과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한 번뿐인 인생의 미래를 향해, 꿈꾸는 지금이 순간의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미래의 '나'의 모습에 설레며 말입니다.
미래를 만나러 가기 전날 저녁, 아이들과 2년 후의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의 각자의 '나'에게 편지를 정성스럽게 썼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내일 만날 2년 후의 내 모습이 곁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칭찬도 하고, 지금의 고민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미래의 나는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이미 잘 해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역시 시간이 약인가 봅니다.
이곳으로 도착하기 전 경사가 급한 신비로운 숲길을 지나왔습니다. 그 길 내내 어제부터 함께 한 '나'의 미래가 함께 했습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테지요. 진심으로 2년 후의 '나'를 위해 한 약속을 지키며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동행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겠지요.
2년 후의 '나'에게 쓴 편지를 타임캡슐 안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2년이 되는 날, 현재가 된 '미래의 나'를 반갑게 만날 겁니다.
나의 2년 후의 미래가 머물게 될 곳으로 내려가 봅니다. 우리가 찾아간 월의 별자리 아래에 고이 묻혀 반짝이는 현재가 될 순간까지 머물겠지요.
각 별자리 아래 타임캡슐들의 공간을 살펴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미래가 현재의 '나'가 되어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고 있겠지요.
땅이 열리고 나의 '미래'가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나의 미래는 이곳에서 나와 아이들을 기다릴 겁니다.
땅이 단단하게 닫히기 전 '미래의 나'에게 약속했습니다. 행복하게 2년 후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 열심히 살아갈 힘을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공원의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지금의 나와 약속을 하는 장소에서 또 한 번 '나'를 응원해 봅니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현재의 '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