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 #9 [두물머리 - 경기도 양평군]
살아보니 우리가 참 다른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삽니다. 교육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그랬고, 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생김새며 처한 환경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마저도 서로 다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삶의 이야기는 다채로운 그림 속 세상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사람으로 마음앓이를 하게 되는 경우도 당연히 생겼습니다. 남녀의 입장에서도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사회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생겨났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곳이 알다가도 모를 '나'들이 지혜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곳일지도 몰라.' 그렇게 기억 속의 장소 한 곳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너'와 '나'를 위한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마주해서는 '이해와 존중'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고 나면 '그래, 달라서 그래.' 또는 '그럴 수 있었겠다.' 이해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서운한 마음과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가득 가슴을 메웁니다. 역시 우리들의 마음 성장은 글자로만은 안 되는 건가 봅니다. 마음으로 깨달은 후에나 가능한가 봅니다.
사실 양평의 두물머리는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처음이 아닙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냥 집으로 향하기 아쉬워 들리기도 했고, 휴일 아침 나들이 삼아 가볍게 들렀다가 유명한 간식을 입에 물고 돌아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말입니다.
불현듯 이 소중한 곳을 지금껏 그냥 그렇게 보아 넘겼다는 것이 창피했습니다. 물론 혼자 왔던 것도 아니었고 사람이 많은 주말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좀 부끄러워집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에서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사진 찍는 장소로 유명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나옵니다.
소원 나무를 지나 오른쪽으로 남한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을 만나게 됩니다.
(글과 사진의 시점은 지난가을임을 말씀드립니다.)
날씨 좋은 날에 주변 풍경을 살피다 보면 금방 두물경에 도착합니다.
두물경은 한강 유역의 지역 명소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선정한 한강 8경 중 한강 1 경입니다.
두물경 표지석을 뒤로하고 좀 더 앞으로 가면 두물머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두물머리를 만났습니다. 눈 앞에서 두 물길이 만납니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 발원지가 다른 두 개의 물이 서로 다른 풍경을 거쳐 한 곳에서 만납니다.
이곳까지 흘러 오는 동안 두 물길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보는 풍경도 만난 물들도 달랐겠지요.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이곳까지 흘러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이곳에서 하나로 합쳐져 '한강'이 되어 흘러갑니다.
한강은 북한강의 이야기와 남한강의 이야기를 품고 흘러갑니다. 물길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두 물길의 이야기를 품은 채 한강이 되어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품을 준비를 하며 흘러갑니다.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곳의 반대편을 보니 북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곳과는 또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남한강의 물길은 북한강을 알리 없겠지요. 또한 북한강의 물길은 남한강을 알리 없을 것입니다. 둘이 서로 만나 흐르는 지점에서 서로 흘러 온 물길 속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랐다면 어땠을까요?
서로가 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경험이 더 나은 것이라며, 합쳐진 후 서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서로의 물길을 이해와 존중으로 품고 커다란 하나의 물길이 되어야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흐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연인'으로 마주 보며 함께 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마음 너머 '가족'이라는 사랑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의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꿈꾸면 좋겠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흘러 온 두 물길이 만나는 모습을 눈에 담고 나서야 함께 흘러갈 큰 물길의 이야기가 깨달음이 되어 마음으로 보였습니다.
하나가 되어 함께 흘러가는 길에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물머리를 걷는 길에 보았던 연꽃에서 지혜로운 방법을 얻어 봅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랍니다. 하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예쁜 꽃을 피워냅니다. 우리의 삶을 진흙탕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 가는 길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많은 것들에는 비유가 될 것 같습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결국 그것들에 물들지 않은 꽃을 피워내는 연처럼 서로 다른 '나'가 피워내는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바람이나 충격에 잘 꺾이지 않는 연꽃의 줄기처럼 힘든 상황에서 부러지거나 꺾여 상처입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함께 살아갈 우리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없이 푸근하고 평화롭게 마주 핀 연꽃잎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둘러싸고 있는 연꽃잎을 보면 그저 넉넉하게 한없이 따스하게 품어줄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넉넉하게 품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관계의 열쇠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더해 봅니다.
서로 다른 내가 만나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들어주어야 할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도 많을 것입니다.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넉넉하게 품어주어야 할 사람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우리들이 함께하는 이야기는 연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깨달음을 얻고 나니 출출했습니다. 연잎 핫도그가 유난히 맛있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