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기록'을 마주하는 곳에서

-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 #6 [채석강- 전라북도 부안군]

by 이주현

빈 손으로 태어나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 내 삶을 기억하고 추억해 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지요.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렇게 부족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시간들이 흘러가면서 쌓입니다. 고스란히 내 삶의 역사로 남을 시간들이 흘러갑니다.

문득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 눈에 보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내 삶의 기록'을 발견할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태어납니다.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6 전라북도 부안 '채석강'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묵묵히 쌓여 온 시간의 역사>





바닷물이 밀려난 사이 채석강 위에 발을 디디면 오랜 역사의 시간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래된 책장이 덮여 있는 듯 층층이 쌓인 지층을 보고 있노라면 거짓말하지 않는 시간의 역사에 놀라고, 그 오랜 시간 쌓여 온 묵묵한 성실함에 놀랍니다.









<작은 웅덩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채석강 물 웅덩이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생물들을 바라봅니다.


아주 작은 미니어처 연못 같은 물 웅덩이에서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커다란 지구에서 옹기종기 살아가는 우리 모습도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오랜 세월 파도와 함께 했을 채석강>



평화로운 물 웅덩이에서 고개를 들면 부서지는 파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채석강을 만들어 낸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함께 했던 파도이기도 하겠지요.


채석강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역사는 그렇게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부서지는 파도를 견딘 시간들이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채석강에게서 나의 기록을 발견한다>

채석강에서 시간의 역사를 마주합니다. 한 겹 한 겹 쌓인 시간의 층 사이로 마치 수정구슬을 속에서 보이듯 지나 온 내 삶이 보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던 유년시절의 역사가 한 겹 보입니다. 소풍 갔던 날의 보물찾기, 운동회 날 도시락 펴고 먹었던 점심, 비 오던 날의 추억... 모든 장면이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


꿈꾸던 10대, '삶'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시던 선생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때로는 독한 말로 눈물 쏙 빠지게 혼내시기도 하셨고, 한없이 따뜻하게 다독여 주시기도 하셨었습니다. 그렇게 그 시절이 쌓여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20대. 학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사정없이 졸았던 시간도,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하던 날들도, 제일 먼저 취업하고 받았던 축하도 있었습니다. 사업을 실패하고 방황했던 시간들, 추스르고 다시 걷던 교육의 길... 그 시절의 방황도 열정도 묵직하게 시간을 견디고 쌓여 있습니다.


<해 질 무렵의 채석강>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어릴 때에, 엄마로 살기에도 벅차 매일의 거센 파도를 이겨내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많이 행복했지만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파도치는 역사의 시간 한편에서도 작은 웅덩이 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있었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 웅덩이에서 키워진 것들이 40대의 역사로 이어져 또 한 겹 쌓여갑니다.

지난 시간을 보여주던 수정구슬이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집니다.


<그렇게 채석강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이 기록됩니다. 또다시 태양이 뜨는 것처럼 내일도 내 삶의 역사는 그리고 우리 삶의 역사는 기록되겠지요.



지는 해를 바라보고 서 있으니, 앞으로 쌓여갈 시간의 역사가 보일 듯도 합니다. 삶의 이정표를 만들었으니 '설렘'으로 채워가겠지요. 그 기록들이 한 겹 한 겹 쌓여가겠지요.



아직 다 살아 보지 못한 삶이기에 지금 내가 생의 어디쯤 왔을지, 앞으로 무엇을 더하며 살 지, 생의 마지막에 무엇이 기록될지 궁금한 날이 있습니다.




채석강 앞에서 시간의 기록을 마주하며 행복했습니다. 가끔 삶의 쉼이 필요할 때 이곳을 찾습니다. 다정한 눈으로 지난 시간들을 차분히 만났습니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앞으로 기록될 삶의 역사를 만날 것만 같습니다.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가고 싶은 '나'의 기록을 만나고 싶은 날 그렇게 시간의 역사 속에 섰습니다.




쌓인 시간의 역사 속에서


소중한 내


'삶의 기록'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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