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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Oct 27. 2016

우리집에서 TV 보고 갈래?

내가 얼마전에 싸고 좋은 TV를 들였는데 말야... 

올 겨울엔 이사를 가야한다. 요즘 엄마가 잘 나오는 애꿎은 TV를 괜히 구박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사갈 때 버리고 가야할 가전 1순위는 TV인듯 하다. 아마 저번 추석 때 고모네서 봤던 큰 TV가 부러우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TV 앞에 붙은 숫자가 커질 수록 가격은 무섭게 올라간다. 이럴 때, TV 한 대 정도는 턱하고 내놓을 수 있는 멋진 딸로 크고 싶었는데…


엄마 이런 나라 미안해.
다음엔 2인 스타트업이나 하는
나 같은 가난한 딸 말고
대기업 다니는 딸 만나.


돈이 없으면 부지런을 떨어야한다. 뭐든 하이엔드 모델이 있으면, 가성비 좋은 보급형 모델이 있기 마련 아니던가. 나의 험블한 지갑 사정에 맞춘 TV를 찾던 중에 제노스미디어의 60인치 TV를 체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제노스미디어? 생소한 이름이다. 찾아보니 이곳은 12년간 TV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곳이란다. 사실 이런 중소기업의 TV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염려되는 부분이 바로 AS인데, 다행히 제노스미디어는 전국 어디든 출장 AS가 가능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게다가 대기업 제품과 동일한 퀄리티라는 말에 마음이 두근세근네근. 어디 한 번 가상 효녀 체험이나 해볼까. 내가 이걸 사서 우리집에 놓는다고 상상해 보자. 물론 이 TV를 체험한 공간이 이사 갈 우리집보다 훨씬 좋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준비는 철저히. 영상을 보면서 먹을 과자도 챙겨왔다. 나란 여자의 준비성에 가끔 소스라치게 놀란다.


‘우와 크다.’ 60인치의 거대한 화면이 나를 압도한다. ‘4K 퀀텀 디스플레이’는 베젤이 거의 없는 제로 베젤 모델이다. 아주 조금 보이는 베젤은 고급스런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검은색이 아니라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퍽 잘 빠진 디자인이다.


우리집에 있는 TV는 벽에 구멍을 뚫고 브라켓으로 연결하는 벽걸이 방식이다. 수년 전, 이걸 샀을 당시만 해도 세상의 모든 TV를 벽에 걸어야할 것처럼 이런 방식이 유행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가끔 TV 위치를 바꾸고 싶어진다? 짤없이 기사를 불러야한다.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점도 영 마뜩지 않다. 다행히 TV트렌드가 벽에서 다시 바닥으로 내려온 듯 하다. 4날렵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4개의 다리가 TV를 지지한다.


과자를 오독오독 먹으며 큰 화면을 보고 있으니 세상이 다 내 것같다. 고된 하루의 피로를 재미있는 미드 한 편 감상하는 것으로 푸는 나에게 이처럼 쾌적한 시각경험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 아아, 안 그래도 귀가 얇은 나인데 동공도 마음도 갈대처럼 휘청이기 시작한다. 그래, 이사 갈 나의 러브 하우스에 60인치 TV를 놓으면 나는 훨씬 행복해질 수 있어. 어쩌지, ’따라라라단 따라따라라란~’  귀에서 러브 하우스 배경음악이 들리는 것 같아. 위험해!


[나도 모르게 치킨에 손이…]

10억분의 1미터 나노입자가 색을 내는 나노 스펙트럼 기술 덕분에 놀랍도록 선명하고 섬세한 화면을 보여준다. 요즘 TV는 정말 좋구나 좋아. 너무 생생해서 기묘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LG디스플레이 IPS 기술이 적용된 정품 완제품 모듈을 사용했단다. 덕분에 본연의 색감과 화질을 구현한다. 중국산 저가형 조립 모둘을 사용하면 빛의 밝기가 고르지 못하고 화면 모서리가 어두워지는 현상이 있는데,  4K 퀀텀 디스플레이 마치 잘 인쇄된 사진처럼 안정적인 밝기와 색감을 자랑한다.


[트와이스 중 누가 가장 예쁜가를 두고 난상토론 중인 에디터H와 에디터M]

짧은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며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는 걸그룹을 60인치의 광활한 화면으로 감상하고 있자니 자괴감이 밀려온다. 젊고 싱싱한 그녀들이 나의 코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훠이훠이 내 앞에서 사라졋!


콘텐츠의 몰입도를 위해 필수적인 건 TV의 성능이다. 격하게 싸우고 때려부수는 액션 장르의 경우 빠른 화면 전환이 일어나고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화면 반응 속도가 빨라야 한다. 4K 화질의 영상을 감상하는데 부드럽고 잔상 없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로 무한도전도 보고, 미드도 봐야지. 신이 난다. 신이나. FHD 영상도 UHD 화질로 업스케일링 해주기 때문에 기존 화면을 보다 선명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아, 3D 안경도 있다. 편광 방식의 아이프리 3D입체 영상으로 보다 현실감 있는 화면을 즐길 수 있단다. 아쉽게도 이번 체험에선 3D 콘텐츠를 확인하진 못 했다


뒤에 단자도 많다. 무려 4개의 HDMI 포트 모두 4K 60Hz를 지원한다. 케이블 채널 보는 우리 아빠, 게임하는 내 동생, USB로 영화 보고 싶은 나까지 우리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이다.


좋은 건 가장 마지막에 남겨뒀다 먹어야 맛있는 법. 무엇보다 이 TV의 가장 좋은 점은 130만원대란 아름다운 가격이다. 같은 크기의 같은 해상도를 대기업에서 사면 300만 원 넘게 줘야 하는데,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일단 마음 속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엄마 기다려, 내가 곧 효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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