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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an 23. 2017

내겐 너무 예쁜 훠궈

분위기 깡패 훠궈집 

훠궈는 맛있어.


하얗고 뽀얀 백탕과 지옥불처럼 뜨거운 맛의 홍탕엔 아마 신발을 넣었다 빼도 맛있을 거야. 살짝 숨이 죽은 채소와 고기를 꺼내 취향껏 만들어낸 소스를 듬뿍 묻히고 호호 불어 입에 넣으면 추운 칼바람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람.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훠궈 사 먹지.


모든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전쟁터가 되어버린 가로수길에서 벗어나 한적한 세로수길로 들어가면 단정한 모습을 한 가게가 보인다. 블랙 앤 화이트로 몸단장을 마친 이곳은 ‘레인보우 테이블’. 초콜릿, 커피, 아니 그림을 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이곳에선 허한 속을 뜨끈하게 달래줄 훠궈를 판다.


메인 메뉴는 마라 핫팟(훠궈). 하드코어 매니아인 내 입맛엔 아주 약간 싱거웠지만, 마라의 맛을 별로 즐기지 않는 에디터H는 만족스러워했다(물론 소스를 추가할 수 있다). 만약 마라가 거북한 사람이라면 된장과 두유 베이스의 핫팟도 있으니까 취향껏 골라 먹어보자. 보글보글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싱싱한 채소를 골라 먹고 고기(소와 양 중 선택할 수 있다)를 익혀서 입에 넣으면, 디스 이즈 헤븐.


이 집의 밥도둑은 바로 쑥갓볶음. 마늘 간장 소스에 숨을 죽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살짝 볶아낸 쑥갓은 짭조름한 간과 식감과 향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 숨도 안 쉬고 흡입했다. 평소 공심채(모닝글로리) 볶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번도 생각할 것도 없다.


누군가는 멋스러운 흑백사진과 대리석 테이블이 있는 이곳에서 먹는 훠궈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절하고 예쁜 언니가 차려주는 이 한상은 취향 좋은 친구가 차려낸 어느 토요일 오후의 점심처럼,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런 한끼였다.



STORE HOURS : 12:00-22:3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ADDRESS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17길 39
PRICE : 훠궈 런치 19,500원(1인분), 쑥갓볶음 8,000원
TIP : 두둑한 지갑만 준비하면, 마음이 든든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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