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 위트비어와 스타우트
어떻게 하면 이 기사를 멋지게 시작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하지만 이건 그냥 ‘칭따오가 무려 18년 만에 새로운 맥주를 선보였다’라고 담백하게 운을 떼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페일 라거 칭따오가 내놓은 새로운 맛.
칭따오 하면 단숨에 머리 위를 스치는 이미지가 있다. 봄에 얼굴을 내민 새싹처럼 투명하고 여린 초록색 병. 그리고 양꼬치. 1차부터 3차까지 언제 마셔도 뚝 떨어지는 깔끔한 마무리와 청량감.
브랜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렇게 견고하게 다져둔 이미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아주 잘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고 그냥 잘하면 본전 치기. 까딱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둔 이미지까지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릴 수 있다.
칭따오의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일단 눈앞에 새로운 맥주가 있으니 야무지게 뜯고 맛보는 것이 사람의 도리. 종류는 두 가지다. 칭따오 위트비어와 스타우트. 칭따오는 느끼한 음식과 궁합이 좋은 페일 라거를 벗어던지고 과감히 에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디자인도 완전 다르다. 칭따오의 상징과도 같았던 초록색 병을 버린 것도 살짝 충격적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쉽게 부패되는 상면 발효 맥주를 투명한 병에 담았다간 우리 입에 채 닿기도 전에 맛이 변해버리고 말테니까. 까맣게 태닝하고 우리 앞에 선 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자.
먼저 칭따오 위트비어 부터. 칭따오는 독일의 양조 기술과 중국 청도의 맑은 물이 만나 탄생했다. 맑고 깨끗한 맛. 밀맥주로 변신하며 껍데기는 변했을지언정 특유의 깔끔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깔끔한 맛의 위트비어라니. 하지만 사실이다. 입안을 꽉 채우는 고소한 맛 뒤에 익숙한 산뜻함이 안녕 하고 고개를 내민다. 일반적인 밀맥주의 고소함이 물의 비중이라면, 칭따오 위트비어의 고소함은 공기를 채우는 기체의 비중이랄까. 영화관에 들어설 때 풍겨오는 팝콘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밀맥주의 정수를 뽑아낸 아로마 오일을 페일 라거에 톡 하고 떨어드린 오묘한 맛이다.
그에 비해 칭따오 스타우트는 같은 핏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한 모금 들이키면 입안에 태우기 직전까지 구워낸 구수한 빵맛이 강하게 맴돈다. 곡물에 열을 가해 탄수화물이 익을 때 풍기는 구수하고 달큰한 맛. 칭따오 맥주만을 위해 재배된 칭따오 홉과 3가지 몰트를 황금비율로 섞은 뒤 특별하게 구워냈다는데, 맛의 획이 굵고 점잖다.
끝맛은 또 다르다. 초반의 고소함을 넘기고 나면 입안에 감도는 자잘하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탄산과 아주 약한 산미가 무겁게 내려앉는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익숙한 것의 변신은 언제나 흥미롭다.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시작된 평가는 두 병의 맥주를 거의 다 비울 때쯤엔 안도감과 확신으로 변했다.
기존의 페일라거와 밀맥주 그리고 스타우트까지. 이제 칭따오의 라인업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말만 주문처럼 외우는 당신에게 이 맥주를 권한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마셔보지 못한 맥주는 아직 너무나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