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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pr 02. 2019

앞치마를 산다고 하면 유난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안녕,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온갖 종류의 죽을 만들어먹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덕후 신동윤이다. 나는 요리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일본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언어나 문화에 대해 배우기보다, 일본 가정식을 배우는 것에 먼저 눈독을 들일 정도다. 그리고 웬만하면 내 몫의 집안일을 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 집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더러워진다. 왜 어제 분명 청소한 곳인데, 오늘은 또 먼지구덩이가 되어있는 걸까? 먼지는 분명 자연발생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요리와 청소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 옷을 더럽히고, 망가트린다는 거다. 집에서 입고 있는 옷이 그렇게 고급스러운 옷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끄트머리가 젖어있는 옷을 입고 다니는 취향은 없다. 그럼 어찌해야하냐고? 밥 안 해 먹고, 청소 안 하고, 설거지를 안 하거나… 앞치마를 사면 된다.



앞치마를 산다고 하면 유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실내복인데, 요리하면서 음식 좀 묻으면 어떻고, 청소할 때 먼지 좀 뒤집어쓰면 어떠냐고, 세탁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글쎄, 일단 요리에 관해서 말하자면, 한국 음식은 대개 빨갛다. 그리고 김치가 들어가는 요리가 정말 많다. 다시 말해, 여러분의 옷이 세탁 따위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또, 세탁은 옷을 상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냥 앞치마를 하나 사서 입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게다가 앞치마를 입고 있을때, 뭔가가 묻어도 상관없다는 심리적 편안함은, 꽤 쾌적하다.



이렇게 ‘앞치마를 사야지!’라고 말하자마자, 내 사랑하는 이가 앞치마를 사줬다. 내가 고른 브랜드의 앞치마에 이름도 각인해서 예쁘게 선물해줬다. 물론 앞으로 자기는 요리와 집안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 숨겨진 선물이긴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공에이프런의 앞치마를 받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저 앞치마라고 부르기엔 너무 곱디 곱다. 밖에 입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공에이프런은 현업 셰프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드는 앞치마다. 공에이프런의 앞치마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설명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저 심미적 의미만을 갖고 있진 않다. 물론 셰프가 어떤 의중을 갖고 앞치마를 만들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만, 적어도 앞치마를 직접 사용하는 직업군(사실 거의 앞치마의 상징과도 같은 직업군이다)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든 앞치마답게 사용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 것이 태가 난다.


[이런 걸 홀터넥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는 앞치마의 형태다. 앞치마는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목에 거는 형식의 홀터넥형, 어깨끈으로 고정되는 원피스형, 그리고 허리에 매는 비스트로 앞치마다. 이중 비스트로 앞치마는 사실상 가정용으로는 거의 무의미하므로 제한다면, 목에 걸거나, 어깨에 거는 것으로 한정된다. 둘 중 무엇을 택해도 취향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둘 사이엔 꽤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앞치마의 무게가 어디에 실리냐는 거다. 홀터넥이 결코 나쁜 형태는 아니지만, 거북목이 만성질환 취급되는 현대 사회에, 목에 하중이 걸리는 건 미래의 불편을 초래하기 쉽다. 그렇다고 공에이프런이 홀터넥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력 상품은 분명 원피스형이다. 인스타그램도, 홍보 사진도 다들 원피스형이다. 어깨에 하중이 분산되니 결림이나 뭉침이 적다. 게다가 끈을 조절하는 방식도 스트랩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버클을 구멍에 끼워 조절하는 형태다. 좌우대칭이 맞지 않아 무게가 한쪽에 쏠려서 생기는 불균형을 막을 수 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앞치마는 매일, 그것도 장시간 착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세심하고 중요한 배려다.



착용감 역시 탁월한 편이다. 공에이프런의 설명에는 인체공학적 패턴으로 만들어낸 착용감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입어보기 전까진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입어보는 순간, 몸에 착 달라붙는 앞치마의 착용감이 처음에는 어색할지언정 나중에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착용감만이 아니다. 몸에 두르는 형태인 원피스형 앞치마의 한계는 필연적으로 무릎을 가려서 움직임을 제한한다는 거다. 이 불편함을 해결하고 편하게 훌훌 움직이기 위해서는 큰 앞치마를 찾아 입어야하고, 그럼 또 맞지 않는 크기로 생기는 거추장스러움이 있다. 그걸 해결한 게 바로 앞트임이다. 막 뛰어다니는 건 무리일 지라도 절대로 불편하진 않다.



자, 그럼 앞치마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앞치마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앞치마에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조건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잘 젖지 않아야한다. 설거지를 했는데, 옷도 앞치마도 흠뻑 젖어버린다면 앞치마는 당장에 쓰레기통에 처박힐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오염이 잘 안되고, 설사 오염이 되더라도 별로 티가 나지 않아야 한다. 청소를 하던 중에 뭐가 묻었는데, 그게 너무 눈에 잘 띈다면 더러워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더러워 보이는 사람이 청소하는 것 만큼 설득력 없는 모습이 또 없다. 어, 이 조건들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그래, 캔버스천, 그중에서도 데님이 딱이다.



그래서 공에이프런은 캔버스 재질, 데님 재질의 앞치마를 만든다. 게다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두껍지 않아 가볍고 견고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2달 째 사용중인 지금까지 손상을 입은적이 없다는 건 꽤 튼튼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실 공에이프런은 그저 주방용품이 아니라, 워크웨어로써의 정체성을 천명한다. 워크웨어란, 말그대로 일할때 입는 옷이라는 뜻이다. 대개 그중에서도 육체 노동을 위한 옷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일 정도로 실용성, 내구성을 추구한다. 물론 화학공장에서도 입는 칼하트같은 전문 워크웨어 브랜드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가사노동의 상징으로 쓰이는 앞치마가 워크웨어로 분류되는 건, 가사노동 역시 육체노동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창작을 위한 도구로도, 시술을 하는 숍에서도, 혹은 가죽공방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어디건 가능하다. 나와 내 옷을 보호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하다못해 일할 때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입는 것도 좋다(나는 가끔 그런다).



집안일은 일상과 노동의 구분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나는 일을 할 거야!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내 일상과 내 일이 구분하고, 일상을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 덕에 효율이 올라 빠르게 끝나는 효과는 덤이다. 공에이프런은 내 집안일을 제대로 된 노동으로 만든다. 게다가 기왕이면 멋들어진 게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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