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시시 웃음이 터졌다. '이러지 말자'가 아니라 '이르지 말자'라고 해야 옳았기 때문이었다. 자꾸만 내 머릿속으로는 공자님이, 왜 가야만 하는지도 모르면서도 가야만 했던 부대의 화장실에서 이른 아침부터 집게로 담배꽁초를 줍는 내 소매를 붙잡고, '김 일병, 이러지 말자. 우리 아무리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라고 애원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잘 알겠습니다.
(...)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라도 상심에 이러면 안 된다.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잘 살아보자.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제발 이러지 말고 잘 살아보자' 중에서
픽하고 웃음이 났다 핑 하고 눈물 도는 김연수의 문장들
슬픔에 이러고 상심에 저러고 그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아도 됐을 일들 돌아보니 부끄러움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