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역국은 이렇게 짜지 않아

너와 나의 말이 달라서

by 아빠나무

대화 속에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너는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많은 시간을 너와 말을 섞었는데. 지금은 내 말이 너에게 닿지 않는다. 투명한 벽이 내 앞을 가로막은 것 같다.


연인은 오해 속에서 사랑을 잃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들이 가진 마음은 돌아서 있었다. 세상 모든 불행에는 각자 사연이 있다고 했다. 연인은 헤어진 후에야 그것을 고민한다. 사랑한 죄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남는, 그러니까 진심을 다한 연애를 했던 그들은 답을 알지 못한다.



꽃을 떠올려보자. 당신이 그린 꽃은 무엇인가. 확실히 하고 싶다면 어딘가 메모 해 놓거나 그려보는 것도 좋다. 이번에는 내가 머릿속에 그린 꽃이 뭘지 맞춰보자. 두 꽃이 완전히 같을 일이 있을까? 인간은 너무도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세상에는 사람 숫자만큼 상상 속 꽃이 있다. 언어가 다르니 조금 더 세밀하게는 한글을 쓰는 사람 숫자만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많은 꽃이 '꽃'이라는 단어 하나로 퉁 쳐진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김치찌개'도 그렇다. 식당마다 다른 김치찌개를 팔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김치찌개'를 팔고 있다. 이 묘한 언어의 위화감은 연인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였다. 지금 연인이 느끼는 투명한 벽은, 이 따뜻하게 덮인 사랑 속에서 자라났다.



연인의 생일에 그동안 감춰둔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미역국을 끓였다. 연인은 정성과 애정에 기쁨을 느낀다. 사랑이 더 돈독해질 것에 즐겁다. 하지만 첫 술에 내가 알던 미역국과 다르다고 느낀다. 연인이 지금까지 받았던 생일상 미역국은 조금 달았다. 지금은 조금 짜다. 무슨 상관인가. 내 연인이 해준 음식인데.


언어라는 의미에서 미역국과 사랑은 다르지 않다. 내가 주는 사랑과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사랑은 다른 것이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뿐이다. 내가 하는 애정표현이 연인에게는 조금 부끄러운 행동인 것이고, 연인이 쓰는 단어 하나가 나에게 조금 거슬릴 뿐이다. 이런 디테일의 차이는 처음에는 알 수 없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가 명백해질 때까지도 아주 조그마한 불편일 뿐이다. 점점 마음은 이 불편함들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불편은 갈등으로, 싸움으로, 결별로 치닫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데, 사람은 안 변한다. 그 사람의 사랑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다는 위화감을 덮어두다가, 이제 덮을 수 없어졌다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연인들에게 잡담을 하라고 한다. 아니, 모두에게 끊임없이 잡담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미묘한 차이들이 점점 보인다. 이 차이를 맞춰가면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담요로 덮어두지 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이 벌을 내려 우리의 언어가 달라졌지만, 인간은 극복할 방법을 알고 있다. 방향만 잘 설정하면 될 일이다. 서로가 가진 경험의 차이에서 만들어지는 언어의 차이를 좁히는 방향으로.


소개팅을 나가면 공통점을 찾느라 바쁘다. 인간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같은 것이 있으면 유대감을 느끼고, 관계를 진척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 훌륭한 전법이다. 공통점이 많을수록 두 사람은 가까워지기 쉽다. 일단 연인이 되었다면 이제 같이하는 경험을 만들어나간다. 셀 수 없이 데이트하고, 체험할 것이다. 같은 것을 하면서 사랑이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험은 같지만, 언어가 다르니까. 표현이 다르니까.


언어가 같아지면 대화가 편해진다. 사실 같아진다기보다는, 서로의 언어를 알아가는 것이다. 이 사람이 그리는 '꽃'은 이것이구나, 이 사람의 '미역국'은 조금 짜구나. 그러면 연인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할 수 있다. 서로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잡담의 사랑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사랑하자. 조금 수다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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