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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Mar 27. 2020

코로나는 꽃놀이를 막을 수 있을까?

 COVID19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가 한창이다. 이런 고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증상을 느끼면서도 제주도를 돌아다닌 모녀, 마스크도 쓰지 않고 강남 클럽에 모이는 젊은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마치 악인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하는 고생을 비웃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주변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 같다. 정말 그들은 악인일까. 이번 주말에는 벚꽃이 만개하였다. 과연 전염병은 꽃놀이를 막을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통해서 다양한 결론을 내리고 행동을 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기에 여행을 떠나는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주식을 산 사람들과 똑같다. 주식을 한주라도 산 사람에게 그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보를 주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들은 그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정말 한없이 약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행동을 시작하면, 그 행동이 긍정적인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낸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자신이 안심할 수 있는 근거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다. 


 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자. 꽃이 피었다. 내 애인과 어서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아다닌다니 무섭기도 하다. 그냥 수다 떨다가 상대방의 '꽃 예쁘네.'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꽃이나 보러 갈까?'라고 말이 튀어났왔다. 에이... 근데 괜찮을까? 이제 인터넷을 켠다. 정보를 모은다. 우리나라는 안전한 나라에 속하는구나. 젊으면 괜찮네? 아 마스크 쓰면 된다고? 이렇게 여행을 가도 된다는 정보 위주로 모으게 된다. 이제 이런 정보들이 머리에 정리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론까지 시작한다. 비말 감염이니까 사람들한테 떨어져서 걸으면 안 걸리지 않을까? 사람들이 이전처럼 많이 몰리지 않을 테니 안전할 거야.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적절하게 전염병에 대응한 덕택에 이 인지부조화를 억누를 만큼 압도적인 정보가 없다. 결국, 어느새 그들은 전염병이 창궐하지만 여행을 가도 된다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아예 벚꽃놀이 장소를 폐쇄하는 정도의 조치가 아니라면, 그들은 여행을 강행할 것이다.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라고 명명한 이런 현상은, 아주 사소하게 발생한다. 애인과 수다 떨다가 우연히 던진 그 한마디가 우리의 생각을 제약하고, 정보수집 능력을 왜곡시킨다. 그렇다면 이런 인지부조화는 모두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무모한 도전과 위대한 성공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모두 이 인지부조화가 있었으니까 가능했다. 식민지배가 이어지던, 모두가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그때에 조국의 독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서 달려든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그들을 인지부조화로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분들의 인지부조화 덕분에 한글로 글을 적고 있다. 인간은 불안을 잘 느끼는 동물이라서, 인지부조화가 없다면 잘 행동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어쩌면 인지부조화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조금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갈 것이고,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오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놀림을 당할 것이다. 만약 주말이 끝나고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꽃놀이를 간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타박하는 글과 동영상이 인터넷을 메울 것이다. 잘한 일은 아니다. 혼날 일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 그들의 인지부조화를 이해해주자. 그리고 조금은 그 놀림과 타박의 강도를 낮추어주자. 어쩌면 그들의 그 인지부조화가 먼 미래에 당신을 위기에서 구출해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사진 출처 :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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