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병실 문이 벌컥 열린다.
"저는 잘못 없어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아니야!"
"조용히 해!"
여자가 억센 남자들에게 붙들린다. 여자는 억울한 눈물을 흘린다. 팔만 잡힌 체 질질 끌려간다.
"싫어! 싫어! 여기는 싫어!"
"들어가!"
여자는 철창이 쳐진 방으로 집어넣어진다. 입구에는 '보호실'이라고 쓰여있다.
내팽개쳐진 여자에게 간호사가 달려든다. 강제로 진정제 주사가 놓인다. 노란색 주사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주사 맞으면... 생각이... 안 나요..."
여자는 생각을 하고 싶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다. 뒤에서 의사가 음흉한 미소를 지은채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정신병동을 다뤘던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정신병원이 인권이 유린당하는 곳으로 낙인찍히게 된 일등공신이 바로 보호실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정신병원의 전신이라고 불리는 구빈원은 1656년 프랑스에 설치되었다. 이때 정신질환자들은 거지, 범죄자 등과 함께 한꺼번에 수용되었다. 치료시설이라기보다는 수용소였다. 특히 기독교 사상이 잘못 적용되어, 악마에 들린 사람이나 혼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 정신질환자들은 그 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통제를 위해 비인권적인 시설이 사용되었다. 그 당시에는 독방 개념으로 벌을 주는 용도로 쓰였다. 그렇지만 현재는 벌의 개념이 아니라 자타해 위험 예방을 위해 쓰이고 있지만, 형태가 비슷하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이 보호실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과거 유럽과 같이 환자를 벌주는 수단이 되어버려 문제였다. 문제를 일으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보호실에 넣고 밖에서 문을 잠가버리면 일단 병동은 조용하게 유지되니까. 그래서 조금만 시끄럽거나 문제를 일으키려는 낌새만 보여도 보호실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소한 글쓴이가 레지던트로 근무하기 시작했던 때부터는 정말 자해 혹은 타해의 위험이 높아서 이를 예방하여야 할 때에만 보호실이 쓰였다. 후배 레지던트들은 보호실에 환자가 들어가게 하는 것에 죄책감이 심해서, 오히려 빨리 보호실에서 안정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더 환자를 위하는 길임에도 보호실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봄이 앞뒤로 살랑거리며 올 듯 안 올 듯하는 시기가 왔다. 봄에는 특징적으로 양극성 장애, 즉 조울증 환자들 중 조증 상태인 분들이 입원을 많이 한다. 조증 상태에서는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쉽게 화가 난다. 치료진이 조금만 눈을 떼도 급성기에 있는 환자들끼리 마찰이 일어나고, 심하면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환자들은 보통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고, 나중에 급성 증상이 사라지고 나면 엄청나게 후회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부담감은 몇 배로 다가온다. 그래서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원치 않는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극으로부터 멀어져 홀로 있을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이런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격리를 위해서만 보호실이 이용된다. 이것을 '보호실 치료'라고 한다. '치료' 목적이 아닌 한, 보호실은 이용되지 않는다.
보호실은 아무것도 없거나, 보통 매트리스 정도만 놓여 있다. 자해를 막기 위해 푹신푹신한 재질로 벽과 바닥을 만들어 놓는다. 자제가 되지 않는 환자들이 벽을 주먹이나 발로 차고, 머리로 들이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불 같은 것도 놓을 수가 없다. 자살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이불을 찢어서 끈을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입던 환의를 찢어서 끈을 만들고, 철창에 걸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분도 있었다. 그래서 보호실에는 최소한의 물품만 있고, 감시를 위한 CCTV나 철창이 있다. 독방이랑 뭐가 다르냐고 하는데, 일단 환자는 살려야지 않겠는가.
이럼에도 인권을 주장하는 분들이 뭐라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글쓴이는 보호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과거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통제는 수용할 것이다.
글을 쓰는 것뿐인데도 이번에는 뭔가 여유가 없다. 보호실 치료, 완료.
사진 출처 : Pablo Padill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