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수도가 아니라 하수도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오물을 만들어낸다. 병동에서 환자 똥오줌을 받아내 봤으니, 확언할 수 있다. 대소변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화장실은 어쩌면 문명 발달 증거라고 하겠다. 여하튼, 폐쇄병동에도 화장실이 있다.
먼저 재밌는 사실은, 화장실에 거울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넓게는 병동 전체에 거울이 없다. 거울이 깨진다는 것은 누군가 흥분한 상태란 말이다. 인간은 흥분한 상태에서 뇌의 반응이 아주 빨라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흉기로 쓸 물건을 찾아낸다. 눈 앞에 보이는 날카롭게 깨진 거울은 흉기가 되어 자신을 찌를 수도, 다른 환자나 치료진에게 휘둘러질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미러보드 시트지를 화장실과 병동 일부 구역에 발라놓는다. 처음에 엄청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매끈한 이 시트지에 반사된 얼굴은 거울보다는 흐릿하게 보인다. 그래도 자기관리하기에는 충분하다. 환자들도 신기해하며 담당의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 보니, 신기한 물건인 것은 맞나보다.
그 외에 화장실을 구성하는 물품들은 일반 화장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데도 있다. 화장실에서 하는 일이 뻔한데, 뭐 크게 다르겠나. 다만 여기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 용도가 하나 더 일어난다. 거식증 환자분들이다. 이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식사를 하면 이를 토하려고 한다. 먹는 기쁨보다 살이 찌는 것에 두려움이 더 큰, 정말 안타까운 분들이다.
거식증 환자분이 입원하면, 담당의들은 바빠진다. 환자의 식사를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을 환자분하고 같이 먹는 경우도 생긴다. 식사 후, 화장실을 가면 긴장해야 한다. 이 환자분의 생각에는 강압적으로 먹은 식사를 몸에 담고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든 일이기에, 이를 토하려고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칙으로 식사 후 2시간은 화장실 금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실 제한이라니, 이 무슨 인권 유린이냐고 하실 분도 있겠다.
폐쇄병동에서 살다보면, 바깥 세상은 정말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압박을 받았으면 생명이라면 응당 기뻐야 할, 먹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힘들었을까. 남들의 평가가 얼마나 잔인했을까. 병동에서 다시 식사를 잘 하고, 정상 체중으로 돌아와서 퇴원해도 안심할 수 없다. 환자들은 다시 바깥 세상에서 스트레스와 평가에 노출된다. 그들의 머리 속에서 다시 날씬한 몸이 되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하면, 화장실은 다시 한 번 원래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평가하지 않았는가 돌아보게 만드는 화장실이다.
원래 용도로만 사용되기를. 배변 완료!
사진 출처 : Sergio Brion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