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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Apr 02. 2020

추천사 - 쓸데없는 그대의 일상에, 나는 위로받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n0oBBQoE06g


 오늘은 동영상 하나를 추천한다.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게시글에 단 댓글들을 가사로 만들어졌다. 노래는 정말 개인적이고, 알 필요도 없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는 진지한 목소리와 차분한 기타 소리를 만나, 묘한 불일치감을 만들어내며 웃음을 자아낸다.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는 코로나로 망가졌다고 생각했던 내 일상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귤에 붙어있는 하얀 물질이 '귤락'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일렉기타가 치고 나오면 분위기는 반전한다. 남들의 쓸데없는, 개인적인 삶을 들으며 위로를 얻는다. 어느새 불일치감은 사라진다. 간주와 랩이 나오면서는 가사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옮아간다. 분명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 게시글에 우리는 사랑을 댓글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쓸데없는 일상이 소중하고, 그 일상 속에서 하는 조그만 사랑이 행복임을 깨닫는다.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지고, 위로받았다는 느낌과 함께 곡이 끝난다. 


  요새 재난문자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일정 부분 공개되었다. 우리는 그 사생활을 보면서 남들을 평가했다. 분노하고, 짜증을 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한 행동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우리도 이런 평가를 당할 수 있다는 무의식 속에서 긴장한 체 살고 있었다. 우리는 근래의  일상이 경직되고 힘든 것이라고 느꼈다. 사회 분위기는 날카로워졌다. 조그만 잘못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자신이 힘든 것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화를 냈다.


 이런 시기에 이 노래는 남들이 쉽게 평가해버릴 수 있는 남의 일상이라는 소재를, 제작자의 진지한 태도와 진중한 목소리라는 장치를 통해 보호했다. 남의 일상을 이렇게 소중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은 우리는, 지금까지 날카로워졌단 신경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제작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남의 일상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내 일상도 이렇게 소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누그러진 신경과 기대에, 제작자는 마지막에 사랑이라는 소재를 집중적으로 노래한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댓글 속 사랑들을 들으며 우리는 나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게 긴장하고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남에게 잠시 내주었던 내 삶의 주인공 자리를 되찾는다.


 나는 이 곡이 지금 힘든 세상살이에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재주가 미흡해서 이 곡을 더 찬양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사진 출처 : Alexandre Debièv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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