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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Apr 11. 2020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여도, 그대들은 사랑하고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연인들은 사랑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기에, 그 사랑을 단단한 바위에 새긴다.'라고 했다. 한마디 보태고 싶다. '불안정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대의 조급한 마음이다.'라고.


 인간 사이의 관계는 너무도 불안정한 것 같아서 무섭다. 너를 만나지 못하면, 너에게 사랑을 쏟지 못하면 네가 다른 생각을 할까 봐 두렵다. 내가 너를 놔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다. 배신당했다는 그 느낌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금요일이면 둘이 밥을 먹고 술을 마셔야 할 것 같고, 꽃이 피면 꽃구경을 가야 할 것 같다. 비단 사랑뿐일까. 우정도 비슷해서, 안 보면 멀어지는 것 같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뭉쳐야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보지 않으면, 만나지 않으면 불안하다. 얼굴을 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증표 같다. 

 인생을 길이라고 보면, 너와 내가 만나기 전에는 전혀 다른 길을 살아왔다. 너를 만나고 나서, 길은 하나가 되었다. 너와의 시간이 쌓이고, 추억이 늘면서 길은 점점 넓어졌다. 오솔길에서 신작로가 되었다. 우정과 사랑은 깊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너와 만나기 어려워졌다. 현실의 장벽일 수도, 시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너와 내 길이 달라진 것 같다. 두렵다. 


 불안한 그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대들의 길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그대들이 만든 길이 너무 넓어져, 잠시 서로 손이 닿지 않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투고, 바쁘고, 힘들어서 잠시 멀어졌어도, 당신들은 이어져있다. 관계는 그렇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그대들이 느끼는 불안을 이겨내고, 우정과 사랑에 여유시간을 줄 수 있다면, 관계는 이어진다. 오히려 관계가 끊어질 것이라는 불안을 이기 못하면 집착하게 되고, 관계는 파국을 맞이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쌓아 놓은 관계가 없어질까 봐, 대인관계가 사라질까 봐서다. 혼자 꽃밭에 가는 상춘객은 극히 드물다. 뭔가 같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대를 밖으로 이끈다. 그 불안을 조금만 감추고, 조금 먼 미래를 보는 척해보자. 너와 내가 가꾸고 있는 그 관계가 먼 미래까지 이어진 상상을 이야기해보자. 뭔가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그대들아, 조금만 더 힘 내보자.


 사진 출처 : sergio souza on Unsplash

 그림 작가 : 글쓴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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