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아싸'로 인터넷이 뜨겁다. 2010년대에 들어 대학생들 중 대인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을 '아싸'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학과 모임도 다니고 친구도 많은 사람은 '인싸'라고 불리게 되었다. 아싸는 뭔가 부족한 사람, 인싸는 대단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2019년 말부터 유튜브에 자신을 아싸라고 주장하며 동영상을 찍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이미 멸칭에 가까워진 아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대해 '재벌 3세가 자기는 서민이라고 하는 꼴이다.'와 같이 기만하는 것이라는 분노 여론이 생기면서 인터넷에서는 나름 이슈가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적 관점에서 이 '아싸'에 대하여 고찰해보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람의 성격을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타고나는 '기질'과 훈육 등을 통해 형성되는 '성품'의 조합으로 설명한다. 아싸는 이런 기질과 성품 조합이 대인관계를 넓고 많이 유지하는 것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지만, 유지하는 것이 즐겁기보다는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자발적 아싸라고 칭한다. 반대로 대인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이를 만들고 유지해 나갈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비자발적 아싸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싸에 대한 문제는 과거부터 있었을 텐데 왜 2010년대를 넘어서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일까.
과거에는 '~~ 학회, ~~ 동문, ~~ 향우회'라는 이름을 가진 집단이 대학에 많이 있었다. 규율을 강조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만들려고 하는 이런 집단은, 속한 인원에게 미래에 확실한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어 집단의 인원을 불려서 세력을 형성하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고위직들의 모임이 예라고 하겠다. 이런 집단은 특정한 가입 조건을 만족하면 거의 강제로 가입이 되었고, 집단을 키워야 하기에 아싸를 용납하지 않았다. 가혹한 훈육을 통해 집단에 속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내었다. 이 과정이 옳든 그르든, 결국 한 사람이 그 집단 내에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는 이런 집단의 규율을 견딜 이유도, 집단에 속함으로써 얻는 이득도 사라졌다. 개인화되어가는 교육환경에서 젊은이들은 '집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 틀리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투명한 세상이 진행되면서 갈수록 이런 집단에 속하여 얻을 수 있는 것도 줄어들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것처럼 교육받았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풍덩 던져진 젊은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집단이 필요했다. 학과, 동아리, 스터디 등등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임은 그들이 집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 밴드, ~~ 공부모임'과 같이 이름도 부드러워진 이런 집단은, 예전 집단들이 가졌던 규율이나 보장하는 이득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에 소속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개인의 필요성과 집단원 사이의 유대관계뿐이었다. 결국 젊은이가 어떤 집단에 속하려면, 과거에 비하여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해야만 한다. 대인관계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을 굳이 붙잡고 훈육할 집단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젊은이도 집단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결국 집단에 속하지 못한 아싸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체계이다. 아싸가 많아지니 담론화 되고,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이야기하자면, 아싸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인다. 대인관계 능력은 의외로 쉽게 퇴보한다.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 그 집단에서 통용되는 교양에 대한 지식, 외모 등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 등이 요구된다. 이런 능력은 계속하여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정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발적 아싸라면 능력을 기른다는 의미에서 일정 수준의 대인관계를 만드는 것을, 비자발적 아싸라면 대인관계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면 인싸는 좋은 것인가?라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대인관계 능력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지,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다. 특히 직업적 능력에서 대인관계 능력은 점점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인싸는 자신의 다른 능력을 기르기 위한 시간마저 대인관계에 투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속 빈 강정처럼 친구만 많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긴 글로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 것 같다. 그럼 이 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부탁의 말로 요약하며 글을 마치겠다.
아싸 후배들아! 인싸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못 된다. 다만 조금은 대인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봐라. 그거 안 하다 보면 나중에 다시 못 할 수도 있다. 인싸라고 맨날 술 마시는 후배들은 그거 너무 자랑하지 말아라. 속 빈 강정 되면 나중에 다단계 같은 곳 밖에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