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침대라고 하면 보통 바퀴가 달린 침대를 떠올린다. 이동이 편해야 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수액을 유지하기 위해 봉이 달려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환자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난간이 달려있다. 의학 드라마에서 여러 사람이 침대를 끌고 수술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많이 노출되어, '병원침대'의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그렇지만 폐쇄병동에서 쓰이는 침대는, 여러분이 평소에도 쓰던 바로 그 침대이다. 다리가 달려있고, 매트리스가 있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 놓는, 집에서도 쓸 수 있는 바로 그 침대이다. 폐쇄병동이 조금은 친숙해지는 느낌이다.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는 신체 상태에 문제가 없는, 쉽게 말해 보행에 문제가 없는 분들이 많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힘들지언정, 검사나 시술을 위해 걸어가지도 못 할 정도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동을 위해 바퀴가 달려있거나 난간이 달려있을 필요가 없다. 또한 수액으로 하는 치료도 거의 없기 때문에 수액을 걸어 놓을 봉도 필요가 없다. 병원에서 자주 쓰이는 침대가 폐쇄병동에서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에 초점을 맞춰 부드러운 매트리스가 놓여 있는 일반적인 침대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친숙한 침대가 제공되다보니, 환자분들에게 침대는 자기만의 공간이자 쉼터가 된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이불은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자기 집에서 오리털 이불을 가지고 오시는 분부터 붙여 놓으면 빛을 머금고 있다가 저녁이 되면 은은한 빛이 나오는 야광 스티커를 붙여 놓는 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침대를 아지트로 만드는 환자들을 볼 수 있다. 특별한 위험물이 아니고, 다른 환자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이런 개별적인 개조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못 자는 환자분들이 잘 잘수만 있다면야, 뭔들 못 하겠는가.
다만 문제는 환자분들이 무기력하다보니 잠을 자기 위한 것이 아니라 쉬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는다는 것이다. 누워 있으면 정말 활동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피로가 쌓이지 않으니 잠도 못 잔다. 저녁에 잠을 못 자니 더 오래 누워 있고, 결국 더 잠을 못 잔다. 힘들게 꾸며 놓은 침대가 아깝겠지만, 치료진은 어떻게든 환자를 침대에서 끄집어내서 활동을 하게 만들고 싶다. 물론 반대로 조증이나 불안 증상 때문에 침대에 눕지를 못하시는 분도 있다. 언제나 적당히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글을 읽는 모두가 잘 자기를. 수면 완료. - 침대 끝.
사진 출처 : Kate Stone Mathe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