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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17. 2020

정신과 진료 장려영화 '82년생 김지영' 감상문

혹자는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칭합니다. 


반대에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사람은 희생하지도 않은 세대가 징징거릴 뿐인 영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인 제 입장에서, 이 영화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장려 영화입니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적어져 많은 사람이 진료를 보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목표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오늘은 성갈등의 요소는 쫙 빼고,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키는 어떤한 요소가 있었는가에 초점을 두어 영화를 봐보겠습니다.


일단 <강 스포 주의> 띄우고 갑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김지영은 산후부터 우울, 짜증, 민감성 등의 산후우울 증상을 보였습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사람인양 행동하는 '해리 증상'을 보입니다.


많이 알려진 용어로는 '다중 인격'이지요.


간헐적으로 다른 인격이 되고, 다른 인격이 되었을 때의 기억이 없기도 합니다. 


김지영은 이런 정신과적인 증상으로 인해 분명한 일상생활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즉, 김지영은 명확하게 정신질환자입니다. 




이런 김지영의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를 화자로 하여 풀어집니다.


정신과 의사의 면담치료는 환자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신과 의사는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습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의 삶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모든 인생을 들을 수 없기에, 우리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 사림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당연하지요. 


정신과 의사는 그 중요한 내용을 엮어서, '정신역동적 사례 공식화'라는 것을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론적 배경을 통해서, 그 사람의 삶을 정리하여 이해하는 과정이지요 


이 영화는 정신과 의사가 김지영을 '정신역동적 사례 공식화'한 내용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김지영의 증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주변 인물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김지영의 친언니는 김지영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요.


친언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여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손해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였습니다.


친언니의 문제의식은 주변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자주 튀어나왔습니다. 


김지영은 그런 친언니가 멋져보이면서도, 뭔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도 하지요.


김지영은 그래서 오히려 성갈등 문제에 그렇게까지 공감을 못하는 축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어려서 친언니에 의해 각인된 이 민감한 문제의식은, 산후 우울증상과 함께 민감성으로 표출되는 대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다.


인터넷에 농담처럼 '공유가 남편인데, 집에 오자마자 팔 걷고 집안일 도와주는데 뭐가 불만이야?'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건 정신질환을 겪어보지 못 한 분의 말이겠지요.


우울 등의 정신, 기분 증상이 있으면 모든 것에 매우 민감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김지영이 '애 키우는 게 집에서 쉬는 거야?'라고 공유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이런 김지영이 가진 삶의 배경에서 김지영의 민감성이 표현되는 형태, 즉 '증상'인 것이지요.


정신과 의사는 김지영의 민감성이 성갈등으로 나타나는 기저의 과정을 이해하고, 그걸 듣고, 공감합니다. 


그게 정신과 의사의 치료니까요.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죠.


김지영의 인식 체계 내에서, 현재 할 수 있는 방향을요. 


영화를 보면서 정신과 면담 치료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정신과 진료비 문제도, 비싸다 보다는 '그 정도 가치가 있다.'로 처리가 되지요. 




김지영의 남편 공유는 김지영에게 증상을 숨기고, 김지영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너는 정신질환자라는 말을 하지 못 하지요.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하면,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고민하며 전전긍긍합니다.


공유는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겪는 그 마음의 갈등을 정말 잘 연기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이 망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다른 등장인물들 모두 사실적으로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보이는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정신질환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어머니는 너무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아버지는 죄책감을 느끼고, 남동생은 이제까지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이런 모습을 영화가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 고민과 갈등이 시청자에게 발생했을 때, 고민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겠지요. 




이 영화의 히어로는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모든 문제는 정신과에서 해결되었고, 면담치료와 약물치료로 김지영은 정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남편과도 다시 안정적으로 지내었고, 이전의 짜증과 민감성도 사라지면서 다시 행복한 삶을 시작했지요. 


해피엔딩!




정신과 의사가 화자이고, 결국 정신과 의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


정신과 진료를 적극 장려하고, 평범한 누구나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정신질환을 겪는 분의 가족이 느끼는 문제까지 꼼꼼하게 짚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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