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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Dec 12. 2020

당신의 행동은 결정되어 있는가?

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행동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결정론'이라고 이름 붙이는 이론의 측면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행동이 어떻게 결정된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의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한다고 보시나요?


대부분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앞으로 할 행동은 이미 대부분 결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프로이트입니다. 


정신 결정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생각해서 하는 것처럼 느끼는 우리의 의식이, 사실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무의식에 의해 강렬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게 조금 더 나아가서 사실 의식은 거의 껍데기에 가깝고, 무의식이 몇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낸다.'


이런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죠.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계속해서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심리 내면부터 올라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별것 아닌 일이라는 상황이 닥쳐왔을 때, 이 무의식이 강렬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화를 낸다는 결과로 만들어졌죠. 


정신 결정론에 따르면 그 사람이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낼 것은 이미 무의식이 형성되는 과거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일견 설득력있지만, 그리고 저는 프로이트 학파 계열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 내용이 더 깊어지면 결국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신을 개선하기 어렵거든요. 


행동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운명론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좀 그래요. 




두 번째는 스키너라는 사람입니다. 


쥐가 레버를 틱틱 누르면 먹이가 또르르 굴러 내려오는 장치 기억하시나요?


쥐가 레버를 누를 때마다 먹이가 나오면 쥐는 먹이를 얻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강화합니다. 


즉, 레버를 미친 듯이 누르게 된다는 것이죠. '학습 이론'입니다. 


교육학에서는 이 학습 이론을 엄청나게 공부할 것입니다. 


행동을 분류하고, 상벌을 조직하고 등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습 이론의 실천가로 강형욱 훈련사를 뽑을 수 있죠. 


강형욱이 하는 훈련을 보면 정말 정밀하게 학습 이론을 적용시키더라고요.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일견 너무도 합당한 것 같은 이 학습 이론은, 그러나 또 어떠한 면에서 너무나 운명론적입니다. 


이 학습이란 것은, 결국 주변의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쥐가 아무리 레버를 눌러도 먹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쥐는 더 이상 레버를 누르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적용해봅시다. 


우리가 노력해도 성과가 안 나오는 환경에 있다면 우리는 노력을 안 하게 된다고 '결정'됩니다.


맞는 말인가요? 저는 조금 억울합니다. 


이것이 조금 더 나아가면, '나는 해도 안되니까, 아무것도 안 해.'라는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게 됩니다. 


학습 이론은 이 학습된 무기력에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합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변할 수 없으니까요. 


이것 역시 외부에서 힘이 작용해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행동은 바꿀 수 없다는 운명론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버리지요. 





마지막으로는 반두라 라는 사람의 상호 결정론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하려고 지금까지 지루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 상호 결정론은 위에 두 가지를 더하고, 거기에 자유의지를 버무려서 그럴듯한 이론을 제공합니다. 


인간의 생각, 인지체계는 행동을 결정하고, 그 행동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그 환경은 다시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생각의 방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결국 행동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그 행동이 다시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면 다시 내 생각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선순환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반대의 방향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인지체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상호 결정론이 인터넷의 '정신승리'라는 단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써먹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 중에 이 인지체계를 교정해주고 그걸 통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사 분도 이런 것을 하고요. 


그런데 이런 것을 쭉~ 설명하고 같이 교정해나가자고 하면 '이거 정신승리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럼 '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승리라는 단어는 '생각을 바꿔봤자 가상의 승리일 뿐,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거든요.


정말 나쁜 단어입니다. 정말 나빠.


그렇지만 저도 너무나 널리 퍼져있는 이 단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정신승리를 통해서 어떻게 자신이 바뀔 수 있는가를 설득합니다. 


조금 반말을 섞어서 써보자면, 


'여 봐라 이말이야. 네가 인터넷에서 댓글 배틀을 했어. 객관적 사실 및 여론은 전체적으로 네가 진 것으로 인정했다고 쳐 보자. 자 이 상황에서 네가 패배했다고 인식하고 실의에 빠지면? 다시 댓글 배틀을 안 하겠지. 그런데 네가 정신승리를 해서 이겼다고 혼자 자위를 했다고 쳐봐. 그럼 너는 또 나중에 누가 댓글 배틀을 걸어오면 또 맞서 싸우겠잖아? 그러니까 정신승리를 하냐, 하지 않냐에 따라서 너의 미래 행동이 바뀌는 것이지. 너의 이 행동은 그 댓글이 달리는 게시판의 환경을 아주 조금이나마 바꾸겠지? 그럼 그 게시판의 환경이 또 미약하게나마 너에게 영향을 미치겠지. 그 미치는 영향은 네가 정신승리를 했냐, 하지 않았냐에 따라 다르고 말이야.'


이런 식이지요. 


이러면 조금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좋은' 방향으로 정신승리를 해보자.라고 해서 살살 꼬드겨서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면담을 진행하지요. 




물론 프로이트가 환생해서 저에게 '정신승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이미 과거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무의식이 결정해 놓았다!'라고 일갈할 수 있고, 스키너가 '정신승리를 통해서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아닌지 그 환경에 따라서 그 사람이 정신승리를 계속할지 아닐지가 결정된다!'라고 훈수 놓을 수 있겠죠. 


그래도 저는 인간이 생각을 바꾸고, 그것을 유지해서 행동을 바꾸고, 그래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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