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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Dec 14. 2020

손해보지 않으려는 삶은, 손해를 불러온다.

정신과 약물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보인다. 


신기하게도 같은 효과를 보이는데 부작용은 약마다 천차만별이다. 


조현병에서 환청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만 해도 10여 가지가 있는데, 부작용은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살이 찌고, 어떤 것은 몸이 좀 뻣뻣해지고, 어떤 것은 생각이 느려진다. 


이런 부작용은 약을 더 많이 투여할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나도 그랬을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전공의들은 약을 소량씩 다양한 종류를 쓰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부작용과 저런 부작용이 있을 것을 우려해 소량씩 썼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낫지를 않는다. 


정신과 약물은 적정 용량일 때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부작용 때문에 적정 용량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후배에게 호통을 친다. 


어떤 것은 살이 안 찌고, 어떤 것은 몸이 안 뻣뻣해지고, 어떤 것은 생각이 안 느려지는데 왜 부작용만 생각을 하냐고. 


부작용이 무서워서 약을 높이지 못하면, 효과도 없다고. 




채찍으로 때렸으니, 이제 당근을 준다. 


후배야. 불안은 사람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네가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좋으나, 그것이 불안이 되면 안 된다. 


네가 아직 배우고 있지만, 프로로서 계획을 가지고 환자에게 손해를 감수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부작용은 없고 효과만 있는 약이 나오면 좋겠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 부작용은 있을 수밖에 없어. 


차라리 환자하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부작용과 없는 부작용을 잘 선별해서 약을 쓰자. 




부작용을 보지 않으려는 약물 투약은, 효과 없음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삶은, 손해를 불러온다.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 우리는 손해보지 않기 위해 검색을 해댄다. 


수많은 리뷰와 정보를 가지고 맛집을 선별하고 양품을 골라낸다. 


내가 맺고 있는 대인관계에서 손해가 없는지를 따진다. 


그렇게 시간을 잃고, 숨어 있는 맛집을 잃고, 대인관계를 잃는다. 


정말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일까. 




정신과 의사는 수많은 삶을 듣게 된다. 


아마 어떤 직업보다 더 많은 가상의 삶을 살아 볼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손해에 민감하다. 


그리고 그 민감함 때문에 더욱 손해를 본다. 


그래서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삶은, 손해를 불러온다. 




(사족)


젊은이들이 손해를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을 바랍니다. 


백신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게 많은 사람이 백신을 처방받길 기원합니다. 


아빠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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