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나무 Dec 15. 2020

불행한 사람은 정신과에 입원도 할 수 없다.

(하기 내용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임을 알립니다.)


불행한 사람이 응급실에 왔다. 


가족 관계가 복잡하다. 


조부모, 부모 때부터 본인까지 이혼과 재혼이 반복되었다. 


친인척은 많으나, 연락은 닿지 않는다.


이 불행을 기쁨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기분이 너무나 좋아지는 조증 삽화 상태다. 


엄청나게 많은 사고를 치고 다녔다. 


입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불가능하다. 


1800년대에 태어났던 환자의 외조부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증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사제를 처방받고 잠들어 조용한 환자와 의사에게 왜 입원이 안되냐고 소리치는 딸의 목소리가 대비된다. 


옆자리 할머니가 '딸이 환자 되겠다.'라고 한다. 




몇 년 전 인권문제로 정신과를 입원하기 위한 절차가 강화되었다. 


불법적인 감금이 일어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억울하게 입원하는 사람 역시 없어야 한다. 


하지만 추가된 절차는 업무량을 늘리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절차라는 것은 하자가 있으면 처벌 대상이다. 


절차를 만든 사람, 옆에서 보는 사람은 '왜 이걸 못 해?'라고 한다. 


직접 해보는 사람만이 절차의 무서움을 안다.


결격사유가 단 하나로도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절차다. 


'적당히 유도리를 발휘하면...'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 


경찰 조사때에는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던 보호자는 입을 안 열더라. 


절차는, 법은 무서운 것이다. 




응급실 도착 4일만에 1800년대생 외조부의 죽음이 서류로 증명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친다.


아빠나무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손해보지 않으려는 삶은, 손해를 불러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