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와중에 하루씩 여유가 생기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땐 조바심이 난다. 당장에 해야할 일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여유를 즐기기엔 눈 앞에 빤한 일들이 어른거린다. 그런 날엔 마냥 쉬는 것 대신 앞으로 올 폭풍에 대비하는 편이 좋다. 밀린 빨래를 하고, 못한 방 청소와 책상정리를 하고,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하수구에 락스를 부어주고, 마지막으론 며칠 동안 먹을 식사를 장만하는 것. 짜장을 끓여놓기도 하고, 국을 한 솥 끓여놓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자주하게 되는 건 카레다. 한 솥 가득히 갖은 야채를 썰어 넣고, 물을 잔뜩 부어 노오란 카레를 끓여놓으면 나흘 정도는 끼니걱정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끼니걱정을 피한다는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필러로 감자와 당근 껍질을 벗기고, 양파 껍질을 까고, 야채들을 적당하게 깍둑썰어서 버터를 두른 팬에 들들 볶고, 돼지고기를 섞어 한 번 더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가 카레가루를 넣어준 후 늘어붙지 않도록 한참을 저어가며 끓이고… 그러다 보면 두어 시간은 날려먹기가 예사다.
그렇게 하염없이 카레를 장만하노라면 어릴 적 먹었던 카레 생각이 난다.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밥상에 카레가 올랐더랬다. 카레가 ‘주부의 여행’과 동의어라는 우스갯소리는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었다. 어머니는 집을 비우시는 적이 별로 없었던 터다. 그런데 이제야 우리 집에서 왜 그렇게 카레가 자주 밥상에 올랐는지를 이유를 깨닫는 것이다. 카레를 끓여 벌어놓은 여유시간… 나도 카레를 끓여놓고 어머니께 전화를 한 통 드려야겠다.
카레는 어디에든 묻으면 색이 쉬이 지지 않는다. 빨래를 전문적으로 하기 어려운 자취생 입장에서는 카레를 취급할 때에 주의하는 편이 좋다.
TIP 카레 얼룩은 깨끗이 빨아 강한 햇볕에 건조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시판되는 카레가루들은 물에 잘 풀리게 되어있지만 그래도 온수에 가루를 한 번 개어 주는 것이 좋다. 카레가루 덩어리 씹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TIP 특히 카레라이스가 아닌 카레 볶음밥 등의 건조한 요리를 할 때에는 가루를 적은 량의 물에 한 번 개어주는 것이 좋다.
TIP 고형카레의 경우 개어주지 않아도 좋다.
시판되는 카레가루들 외에 향신료로만 이루어진 ‘커리파우더’라는 것들이 있는데 볶음이나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에는 이쪽이 좋다.
TIP 시판되는 카레가루는 카레라이스 용으로 버터성분이나 고기육수성분이 이미 첨가되어 있는 것이다.
재료
우동면 1인 분
양파 반 개
양송이 3 개
카레가루 1.5 인분
소불고기 150g, 물 2 컵
레시피
양파는 얇게 채치고, 양송이는 꼭지를 딴 후 5mm 두께로 편을 썬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TIP 소금간을 조금 하는 것이 좋다.
양파가 얼추 투명해지면 소고기를 넣고 볶는다. 이 때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준다.
고기가 익으면 양송이를 넣고 조금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카레가루를 넣고 잘 풀어준 후 끓여준다.
TIP 심하게 졸아 붙으면 물을 보충해준다. 이 메뉴에서는 카레가 진득한 것 보다 미소 장국 정도의 농도가 좋다.
카레가 끓는 동안 우동면을 삶아준다.
TIP 우동면의 경우 조리법이 제품마다 다르므로 조리법을 참조하도록 한다. 냉동면이나 진공포장면은 풀어질 정도만 삶아주면 되지만 생면의 경우 더 긴 시간을 삶아야 한다.
면을 건져 찬 물에 한 번 헹군 후, 카레를 얹어서 낸다.
TIP 수란이나 달걀 후라이를 하나 얹어 내어도 좋다.
/글·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