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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Jun 22. 2017

기다리는 카레


바쁜 와중에 하루씩 여유가 생기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땐 조바심이 난다. 당장에 해야할 일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여유를 즐기기엔 눈 앞에 빤한 일들이 어른거린다. 그런 날엔 마냥 쉬는 것 대신 앞으로 올 폭풍에 대비하는 편이 좋다. 밀린 빨래를 하고, 못한 방 청소와 책상정리를 하고,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하수구에 락스를 부어주고, 마지막으론 며칠 동안 먹을 식사를 장만하는 것. 짜장을 끓여놓기도 하고, 국을 한 솥 끓여놓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자주하게 되는 건 카레다. 한 솥 가득히 갖은 야채를 썰어 넣고, 물을 잔뜩 부어 노오란 카레를 끓여놓으면 나흘 정도는 끼니걱정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끼니걱정을 피한다는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필러로 감자와 당근 껍질을 벗기고, 양파 껍질을 까고, 야채들을 적당하게 깍둑썰어서 버터를 두른 팬에 들들 볶고, 돼지고기를 섞어 한 번 더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가 카레가루를 넣어준 후 늘어붙지 않도록 한참을 저어가며 끓이고… 그러다 보면 두어 시간은 날려먹기가 예사다.


그렇게 하염없이 카레를 장만하노라면 어릴 적 먹었던 카레 생각이 난다.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밥상에 카레가 올랐더랬다. 카레가 ‘주부의 여행’과 동의어라는 우스갯소리는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었다. 어머니는 집을 비우시는 적이 별로 없었던 터다. 그런데 이제야 우리 집에서 왜 그렇게 카레가 자주 밥상에 올랐는지를 이유를 깨닫는 것이다. 카레를 끓여 벌어놓은 여유시간… 나도 카레를 끓여놓고 어머니께 전화를 한 통 드려야겠다.




●혼자 먹기 : 카레

           

카레는 어디에든 묻으면 색이 쉬이 지지 않는다. 빨래를 전문적으로 하기 어려운 자취생 입장에서는 카레를 취급할 때에 주의하는 편이 좋다.
TIP 카레 얼룩은 깨끗이 빨아 강한 햇볕에 건조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시판되는 카레가루들은 물에 잘 풀리게 되어있지만 그래도 온수에 가루를 한 번 개어 주는 것이 좋다. 카레가루 덩어리 씹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TIP 특히 카레라이스가 아닌 카레 볶음밥 등의 건조한 요리를 할 때에는 가루를 적은 량의 물에 한 번 개어주는 것이 좋다.
TIP 고형카레의 경우 개어주지 않아도 좋다.          

물에 개어주지 않으면 볶음 등에서는 가루가 뭉칠 수 있다.

시판되는 카레가루들 외에 향신료로만 이루어진 ‘커리파우더’라는 것들이 있는데 볶음이나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에는 이쪽이 좋다. 
TIP 시판되는 카레가루는 카레라이스 용으로 버터성분이나 고기육수성분이 이미 첨가되어 있는 것이다.



●혼자 먹기 레시피 : 카레 우동

 


재료

우동면 1인 분

양파 반 개

양송이 3 개

카레가루 1.5 인분

소불고기 150g, 물 2 컵



레시피


양파는 얇게 채치고, 양송이는 꼭지를 딴 후 5mm 두께로 편을 썬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TIP 소금간을 조금 하는 것이 좋다.

양파가 얼추 투명해지면 소고기를 넣고 볶는다. 이 때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준다.

고기가 익으면 양송이를 넣고 조금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카레가루를 넣고 잘 풀어준 후 끓여준다.
TIP 심하게 졸아 붙으면 물을 보충해준다. 이 메뉴에서는 카레가 진득한 것 보다 미소 장국 정도의 농도가 좋다.

카레가 끓는 동안 우동면을 삶아준다.
TIP 우동면의 경우 조리법이 제품마다 다르므로 조리법을 참조하도록 한다. 냉동면이나 진공포장면은 풀어질 정도만 삶아주면 되지만 생면의 경우 더 긴 시간을 삶아야 한다.

면을 건져 찬 물에 한 번 헹군 후, 카레를 얹어서 낸다.
TIP 수란이나 달걀 후라이를 하나 얹어 내어도 좋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 먹고 사는 남자의 푸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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