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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Jul 06. 2017

다시 보는 가지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학교 급식 점심메뉴로 가지나물이 나왔는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 나물을 먹지 않고 잔반통에 그대로 쏟아부었다. 일주일 후 아침 조회시간, 교장선생님께선 가지나물을 버린 우리들의 미개함을 꾸짖으셨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지가 얼마나 고급 재료인줄 알아?!”가 당시의 대사였으니, 우리는 정말로 가지맛도 모르는 미개함 때문에 혼난 셈이었다. 그 때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서인지, 나는 그 이후로도 가지에는 입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입을 대지 않는 사이에 가지의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기만 해서 머리 속에서 ‘물컹물컹한’, ‘풋내만 나는’, ‘이상한 보라색의’ 따위의 수식어들이 가지라는 낱말앞에 나날이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중국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그날의 메뉴 선택권은 친구에게 있었는데 그 친구는 꼭 가지볶음을 먹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우리 앞에는 가지볶음 한 접시와 볶음밥 한 접시가 나왔고, 허기 졌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지를 입에 댈 수 밖에 없었다. (미개함에  대해 질타 받은지) 약 8년만의 일이었다. 우린 그날 맥주와 함께 가지 볶음을 한 접시 더 시키고야 말았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아는 사람들과 밥먹을 일이 있으면 그 식당을 찾아 가지볶음을 시키는데,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 날의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왜 지금까지 가지를 먹지 않았는지 의아하다고. 집에서 가지를 손질하고 볶으면서 그 식당의 가지볶음과 사람들을 떠올린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런 식으로 흘려 넘겨왔을까.




● 혼자 먹기 : 가지

가지는 말려서 나물로 먹거나, 쪄먹는 것이 주된 우리식 요리법이지만 굽거나 볶는 편이 혼자사는 입장에서 간단하다. 물컹한 식감이 없는 것은 덤이다.

가지는 꼭지부분이 길게 내려와서 한 토막을 버리기가 쉬운데, 꼭지가 생각보다 잘 따지므로 제거해서 먹으면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꼭지를 제거하면 하얀 부분도 먹을 수 있다.


가지는 물이 많은 재료다. 물이 적어야 하는 요리를 할 때에는 물기를 제거하고 사용하면 좋다.
TIP 센 불에 굽거나, 소금을 뿌린 후 키친타올에 올리는 방법이 있다.     

               

소금때문에 수분이 빠지면 곧잘 휘어진다.



                                                    

● 혼자 먹기 레시피 : 라따뚜이



재료                                         

가지 2 개
애호박 1 개
당근 1 개
양파 2 개
양송이 8 개
토마토 2 개
마늘 8 알
올리브유 두 큰 술



레시피

1. 마늘과 양파는 잘게 다진다.

2. 양파가 반투명해지면 토마토를 집어넣고, 약간의 소금간을 한 뒤 저어가며 끓인다.
TIP 이 때 바질등의 허브를 넣어도 좋다.

3. 토마토가 끓는 동안 당근, 가지, 호박, 양송이를 손가락 한 마디 만하게 썬다.

4. 팬에 재료를 한 번 씩 볶은 후, 토마토 소스에 넣어서 끓인다.
TIP 가지나 호박을 볶을 때에는 재료에 갈색으로 지져진 흔적이 남도록 하면 감칠맛이 좋아진다.
TIP 이 때에 소금으로 간을 본다.

5. 뻑뻑하다 싶으면 물을 한 큰 술 정도씩 부어가며 끓이고, 당근이 먹기 좋게 익으면 완성이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 먹고 사는 남자의 푸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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