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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나를 인식하는 순간

혼자서는 결코 불가능하다

by 엘의 브런치

저는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편입니다.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제 문제는 제가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죠.

이것을 정확하게 스스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몇 해 전 지인과의 대화도중 그녀가 했던 말이 뇌리에 계속 남아있었던 적이 있었죠.

'나는 결정이 쉽지 않아.'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왜일까?를 계속 생각했죠.


사람들이 결정장애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을 짜장면 또는 짬뽕 정도의 단순한 문제로 여겼는데 그녀가 말한 것은 자신의 중요한 결정들이었다는 것.


제가 그 워딩을 계속 되뇐 것은 그녀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서 다름을 느끼는 나에 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제 문제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는 것을 인식했죠.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내가 가진 속성을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었죠.


그제야 '나는 내 문제를 꽤나 잘 선택하는구나'라고 나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서 제가 제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선택권을 남에게 넘겨주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도 떠올랐죠.


아무리 제가 스스로 선택한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아는 것은 없고 조언을 거부하던 어린 시절에 제 마음대로 선택을 하니 얼마나 시행착오가 많았을까요?


그러나 최근의 선택들은 조금 달라졌어요.

물건을 사더라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더라도 가부가 조금은 더 명확해졌달까요?

나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쪽으로 서서히 변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세상에 대하선 언제나 아는 것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저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알아가니 뭔가 뿌연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자신의 고유한 본성, 성격 등을 인지하는 것은 혼자서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 다른 인식할 때 가능하겠죠.


그런데 타인과 관계가 이어진다고 저절로 자기 인식이 되는 것이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겠다는 물음이 마음에 있어야 관계 속에서 미묘한 순간들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서 나를 인식하는 순간을 감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언제부터 나는 나를 알고 싶었을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인지,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지, 변화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먼저인지는요..


무엇이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알고 싶다는 물음을 심었다는 것이 출발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시행착오 없이 언제나 옳은 선택을 척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을테고 하루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결과 자체를 두려워해서 선택권을 포기하면 남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책임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누구는 선택 후 결과에 후회를 하고, 남 탓을 하지만 누구는 선택을 옳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감당한 만큼 내 인생이라고 하죠.

아무것도 감당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 것은 없어요.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지만 그것을 줄이는 것은 무엇보다 나를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발행하고 있는 브런치북 <생존적 소설 읽기>에서 지난주 햄릿에 대해서 쓴 글에서처럼 나를 잘 아는 것이야말로 누구에게나 두려운 선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과 다른 나를 발견하고 인지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다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로 귀결되네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피할 수 없습니다.

나를 알고 싶다는 질문의 씨앗을 마음에 심고, 타인과 부딪히면서 그 속에서 조금씩 나를 인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인이 제일 먼저 해야 할 한 가지가 아닐까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마음이 또 무너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 일상이 힘겨운 날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찾으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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