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by 최은녕 라온나비

겨울 편지


우체통 속에서
하루 늦게 도착한 편지를 꺼냈다


장갑에 닿은 종이는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종이뒷면까지

눌린 잉크자국마다
온기를 붙잡으려 했던 마음의 떨림이 배어 있었다


겨울의 편지는
말보다 느린 마음이
자신의 속도로
도착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나는 봉투를 뜯으며
이 글을 쓰던
작은 방을 떠올린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서늘한 바람,
떨리던 손끝,
망설이던 말들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늦게 온 마음이
오히려
더 멀리에서 시작된 마음이라는 걸


하얀 숨결 사이로
뒤늦게 울린
따뜻한 한 문장이
내 겨울을 천천히
밝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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