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되던 겨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롱나무 가지에
붉은 끈 하나를 묶었다
여름이 오면 돌아온다 했다
무사히 돌아오라는 말은 너무 커서
천에 다 적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만 작게 남겼다
여름이 와
배롱꽃이 피었다
붉은 끈은
붉은 꽃과 함께
백 날을 흔들렸다
비와 바람이 글자를 지웠다
나는
기침을 하면서도
열이 나면서도
매번 매듭을 다시 묶었다
기침은 길어졌고
세 번째 가을
배롱꽃이 지고
겨울이 왔다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았는데
붉은 끈만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날
당신은 다리 하나를 잃고
말을 타고 돌아왔다
그러나
나보다 조금 늦었다
당신은
배롱나무 아래 서서
붉은 끈을 풀었다
해어진 글자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읽다가
끝내
나를 부르지 못했다
눈이 내렸다
붉은 끈은
당신의 손에서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