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들판 한가운데
겨울나무 한 그루가
가지들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서 있다
잎을 모두 내려놓은 자리,
바람이 스치며
가지를 비워낸 만큼
더 멀리까지 울린다
비움은
소멸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라는 걸
나는 이 나무를 보며 배웠다
가지 끝에
얼음 한 방울이 매달려
햇빛을 삼키는 순간,
비어 있는 자리에도
빛이 깃들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하듯
나 또한
내 안의 번잡한 소음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아무것도 붙들지 않는
빈 가지처럼
봄이 걸어올 자리를
미리 열어두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