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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진화와 진중권의 퇴화 그리고 정준희

파리에서 본 세상

유시민의 진화와 진중권의 몰락 그리고 정준희   


유시민과 진중권,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논객이다.

한 사람은 이미 20대에 '항소이유서'라는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호기로운 저작으로

거대 극우 세력에 홀로 맞섰던 논객이다.


두 사람 모두, 글과 말로

소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범례를 제시한,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지성'이었다.

같은 진영의 두 사람은 이제 갈라서 있다.

한 사람은 진화(進化)했고

다른 한 사람은 퇴화(退化)했다.


#장면 1 – 노유진의 정치 카페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입담을 주고받았던 첫자리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팟캐스트였다.

진중권은 진행 역할을 하고,

유시민은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코너를 맡아 평론을 했다.

당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즐겨 듣던 청취자로서의

나의 첫인상은 ‚‘진중권 호감‘ ‚‘유시민 비호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중권은 프로그램을 잘 진행했고,

유시민은 자신이 맡은 코너를 진행할 때마다 꼭 상대방에게

“이거 아세요? “, “이거 들어보셨어요? “

라고 질문하며 시작했다.

 

난 청취자로서 유시민의 그런 방식이 싫었다.

그냥 말하면 될 것을, 꼭 상대방의 지식을 확인하는 듯 보였고,

또 동의를 구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은 참 신기하다, 차후에 언급하겠으나,

화제가 되었던 작년 jtbc 신년 토론에서

“동의를 구하시지 마시고요 그냥 하시고픈 말씀을 하세요. “

라고 했던 쪽은 진중권이 아니라 오히려 유시민이다.

두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바뀌어 있었다.


#장면 2 속사정 살롱


진중권이 드디어 공중파에 진출한 프로그램이었다.

입담 좋고, 재치 있는 윤종신과 떠오르는 샛별 허지웅,

난 그 자리에서의 진중권 모습이 안쓰러웠다.

적어도 첫회에서 진중권의 입에서 나왔어야 할 현대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미셀 푸코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뻔히 그 이야기가 나올 흐름에서 허지웅이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소위 공중파 방송에서 분량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다.

공중파는 천하의 논객 진중권을 긴장시켰던 것일까?



#장면 3 알쓸신잡 유시민, 외부자들의 진중권


알쓸신잡,

공중파는 아니나, 종편의 강자 티브이엔과

나영석 PD의 작품에서 유시민은 날개를 단다.


물론 여기서도 유시민 특유의 비호감이 등장한다.

그래도 명색이 요리 전문가인 황교익과

요리에 대해 티격태격하며 지지 않으려는 아이 같은 모습

말 많은 꼰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하고 었다.


첫 시즌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패널은 건축가 유현준 교수였다.

그는 단연 돋보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유시민의 반응이었다.

“우리 먹물들은 공부 잘하는 사람 좋아하거든 “이라고 말하며 유시민은 열심히 듣고 있었다.


유현준이 풀어놓은 건축학 지식에 본인이 푹 빠진듯했고,

이기고 지는 경쟁이 아닌 그저 주의 깊게 경청하는 학생이 된 것이다.

유현준 교수가 “이제 하산하셔도 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또 그 이야기를 웃으며 들을 정도로 유시민은 변해있었다.


해가 바뀌고,

세 번째 시즌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제 센터는 김영하"라며

김영하 작가에게 메인 자리를

넘겨주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유시민은 뒤로 물러나 앉았다.


같은 시간 진중권은 외부자들에 출연하고 있었다.

나비넥타이가 낯설었다.

예리한 지적이 그저 까탈스러운 투정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방송의 존재감 확보라는 목표에서 오는 불안을 시니컬로 해소하려는 듯 보였다.

예능적인 폭소를 특유의 시니컬로 유발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영악한 언론에 의한 와전이었다.


“짜증 나는 놈이다. 얼굴 잘생겼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한다.

성질이라도 나빠야 신이 공평할 텐데 너무 착하다”

친구라던 조국 장관에 대한 발언이었다.

차라리 원래의 의도 데로 그냥 "잘생긴 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사람이다"라고 했다면

적어고 논리적인 미학자의 이미지라도 건졌으련만

예능 스타일로 웃기게 말했고

그의 비유는

" 외부자들’ 진중권 “조국, 짜증 나는 놈… 신은 불공평해”라는 제목을 달고 전해졌다

그렇게 진중권은 예능과 언론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 장면 4  알릴레오, 유시민의 진화


유시민이 종편에서 쌓은 실력이 만개하여 완성미를 갖춘 것은 알릴레오였다.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진화였다.

사회자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준 것은 제작진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진중권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외부자들에 있었고

유시민의 팟캐스트는 종편도 아님에도 화제를 끌어모았다.



# 장면 5  정준희의 등장


유시민 이후 이렇게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인물.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신기한 인물.

정준희의 등장은

진중권의 바닥을 들추어 버렸다

바로 jtbc신년대담.


진중권의 논리적 논객으로서의 명줄을 끊어버린 것은 단 한 문장이었다.


“그 바깥은 없으세요? “


뉴스공장과 알릴레오만 공격하는 진중권에게

신의 한 수나 다른 극우 유투버들의 방송은 왜 다루지 않느냐는 이 짧은 질문은

볼 가치가 없어서 안 본다는 얼마간 부아가 치밀어 오른 진중권의 답변을 이끌었다.

스스로 형평성 없음을 인정하고,

보지도 않고 판단해 버렸다는,

기본 바닥조차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되어버렸다.

천하를 풍미했던 논객은

그렇게 한 문장의 일격에 허물어졌다.



# 장면 6 철권 토크,  안철수와 바보 둘의 행진


길게 할 말이 없는 만남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보다 똑똑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험담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 에필로그


유시민과 진중권의 방송의 진화를 살펴보다 보니, 문득

유시민 작가가 이미 오래전에 100분 토론 진행 자였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방송인’으로서의 경력이 있는 샘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방송인’으로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송인’으로서의 자질 유무를 떠나서

두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상식‘선의 문제다.

진중권이 '상식'적인 이야기만 했어도

지금처럼 홀대받지는 않을 것이며

유시민이 아무리 방송인으로서의 역량이 늘었다고 하여도

지금처럼 각광받는 것은 '상식'선에서 벋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릴레오 시즌 3 소식을 듣게 되었다.

좋은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시민과 진중권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비교한다면

한쪽은 미래를 모르겠는데

다른 한쪽은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대권에 도전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모르겠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 완료형 시제'를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욱이 한 사람의 명민했던 논객이

앞서 많이 보아온 극우 떠난 원로들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일이다.


ps

진중권이 정치적 이야기를 빼고 미학만 이야기할 때는,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남을 가르치려는듯한(방청객까지) 그 '꼰대'같은 태도만 버린다면,

참 많은 사랑을 받는 '미학자'가 될 텐데..

안타깝다...

그가 정계를 버리고 학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여의도라는 '야만의 정글'을 벋어 나서,

아직 많은 학생들이 스승을 기다리는 '인문학의 들판'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그건 너무 큰 꿈일까...

'인문학의 재산'은 '사람'이고, '학자'다.

아프리카의 지성 '아마두 함파테 바'는

"한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었다.

진중권과 같은 '영민한 학자'를 잃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며, 안타까움이다.

알릴레오로 지식을 전하고 있는 유시민처럼,

월말 김어준으로 웃고 떠드는 김어준처럼,

진중권도, 어리석은 정치인들에게 분노를 쏟지 말고,

예리하고 명리 한 그 빛나던 '학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진중권을 참으로 많이 미워하다가, 또 서운해하다가, 미운 정이 들었나 보다.


정치평론을 멈춘것은 유시민의 '잘한 선택'이었다.

진중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의 마음에서 '증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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