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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프로젝트, 소년이 온다(11)

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한강, 소년이 온다. 80페이지)



이 문장이 80페이지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앞에도, 이 문장이 나온다. 도청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물이 나오냐고... 무슨 축제냐고..


노래 5.18에서 정태춘은 붉은 꽃을 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노래의 탄생은, 광주에서 열렸던 비엔날레에 반대하는 행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그해 광주 비엔날레 1회의 대상은 쿠바 작가 키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였다. 그에 대한 반감으로 노래 제목을 '잊지 않기 위하여'라고 명명했었다. 키초의 작업은 맥주병 위에 빈배가 놓여 있는 작업이었다. 보트피플, 쿠바 난민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표현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그 이야기를 하며 '잊자'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구에겐간 '상처'이자 '폭력'일 수 있었다. '장례'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잊겠는가..


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작중인물은 그 분수대의 물줄기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노래 5.18의 가사에서 처럼 군화소리와 기관총소리가 다 지워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앞에 화사한 물보라를 담을 수 있었겠나.


이제 곧 한강이 노벨상을 수상한 지 1년이 된다. 아.. 찾아보니 오늘이다. 오늘이 노벨상을 받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수상회견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작가의 아버지의 제안에 작가는 말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무슨 잔치냐고..


어떻게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라는 대목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작가의 삶이 글과 함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아마도 작가는, 유족들보다 더 아프겠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분수대에 물이 나옵니까.

그렇게 잊고 지내면, 새로운 죽음은 계속 실려 나올 거다. 여전히 가자에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힘들지만,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다는 누군가의 말이 지워지지 않는 오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xnpvSNs4kg&list=RDuxnpvSNs4kg&start_radio=1



https://www.khan.co.kr/article/2020051803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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