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년이 온다. (10)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한강, 소년이 온다. 77페이지)
작가의 분노가 느껴졌다.
몇 줄 아래 작가는 당시 대통령의 사진을 두고, '살인자의 사진'이라고 적고 있았다. 조용한 작가의 담담한 소설이, 이 대목에선, 피가 울컥울컥 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뻘겋게 눈이 충혈되도록 울어도 풀리지 않을, 사라지지 않을, 이 세상을 향한, 그 '허망한 단면'을 향한 대한 분노와 원망이 느껴졌다. 우리는 왜 이쪽이고, 그들은 왜 저쪽인가... 그들은 왜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에 함께 하지 못하는가.
"전두환 때가 먹고살기는 좋았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이상의 저런 표현을 나는 적지 않이 들어왔다. 박정희가 독재를 했어도, 경제는 살렸다고하는 그 사람들.. 그들의 말속엔, 독재로 죽는 사람들 정도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전두환이고 박정희고 그 둘의 시대에 경제가 좋아졌다면, 그것은 그 두 사람 때문이 아닌, 열심히 일한 국민들 덕분이다. 그리고 전두환과 박정희는 그런 선량한 국민을 죽인 학살자'라는 사실, 한강이 그의 글에 적었듯이, '살인자의 사진 액자 아래' (소년이 온다. 77페이지.)
전두환은 죽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에 악마가 죽지 않듯이, 전두환처럼 '학살'을 하려 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계급장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한강의 소설은 오늘을 말하고 있다.
노상원 수첩에 관한 보도를 보았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계엄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그 노상원은 '귀찮아서' 답변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노상원보다 더 두려운 것은 웃으면서 '재판'을 하는 판사였다. 잡혀온 내란 범앞에서도 굽신거리는데, 내란이 성공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란범을 그냥 두는 재판부.. 내란모의가 '웃으며' 다룰 이야기인가... 파리목숨보다 가볍게 국민의 목숨을 보는 것인가...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2026년에 이렇게 생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사회가 그 학살자와 그 후예들을 지금까지 경호하고 살려둔 때문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3b7sQDXeEc